삶의 고백/어쩌다 쓰는 일기

어떤 퍼포먼스 (군용물 손괴 미수?)

도덕쌤 2021. 5. 17. 23:51

[군용물 손괴 미수?]

성주경찰서의 출석 요구를 받고 조사를 받고 왔다.
4.28 사드 장비 중 발전기를 신형으로 교체하기 위해 대규모 경찰병력을 풀어 마을 도로를 원천봉쇄하던 날, 기도소 컨테이너 지붕 위에서 선두로 지나던 군용트럭을 향해 나사못을 뿌렸던 일을 '군용물 손괴 미수'라고 아울러 '도로교통법 위반'이라고 피의자로 조사하겠다는 것이었다.


28일 당일에는 내려오는 차를 향해서 다시 던지지 않는다면 불문에 붙이겠다는 전갈을 받았었는데, 더 상급지휘부에서 강경한 처리 방침이 내려왔나보다.

수사팀장이 먼저 증거로 제시된 것들을 보여주었다. 당일 현장에서 수거한 나사못 217개 (길이 3cm, 머리지름 5mm), 건너편에서 채증카메라 5대로 촬영한 각각의 동영상들. 동영상 속에는 나사못을 뿌리는 장면과 채증하라고 소리치는 소리들, 부려진 나사못을 수거하는 장면들이 각 카메라마다 조금씩 다른 각도에서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증거자료들을 확인하는데만 1시간 가까이 흘렀다.

진술조서를 작성하기 위한 준비에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문답내용을 타이핑하면서 조서를 작성하니 그것도 꽤 시간을 잡아먹었다. (2시 도착, 4시 30분 조사 마치고 나옴. 그래도 변호사는 빠른 편이라고^^)

피의자로 부르기 전에 나에 대한 조사를 해 둔 자료가 있었는데, 2015년 세월호 관련 시위에서 연행되었다가 약식기소 된 후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2심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판결 자료와 구글 검색(강형구, 사드)을 통해 찾아낸 각종 언론매체 인터뷰 또는 기사 자료들이 두텁게 책을 이루고 있었다. 그 자료들 가운데 171쪽인가에 나사못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었는지 설명해주는 사진이 들어 있었다.

아무튼~~

? 군용트럭을 향해 나사못을 뿌렸는가? 
- 그렇다.
? 어떤 목적으로?
-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 퍼포먼스?
- 우리의 의지를 드러내주는 퍼포먼스에 불과했다.
? 군용트럭이 위해를 입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 기껏해야 실펑크가 날 수 있었을까? 그것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보았다. 군용트럭의 타이어는 매우 두터우니까.
? 다른 민간 차량이 위해를 입을 가능성은?
- 민간 차량을 향해서는 뿌리지 않았고, 이미 뿌려진 나사못은 경찰이 미리 조치를 취할 것으로 생각했으며, 실제 미리 경찰이 조치를 취했다. 아무런 조치가 없었더라도 뿌려진 나사못으로는 기껏해야 실펑크 정도 날 수 있었겠지만, 그 조차도 민간 차량 역시 대형 트럭들이 대부분이므로 문제삼을 만한 것이 없다.
? 나사못은 어떻게 준비했나?
- 컨테이너 기도소에 필요한 수납장이나 강대상, 선반 등을 직접 목재로 제작해 왔는데, 그런 목공일을 위한 도구들을 갖추고 있었다. (바로 여기서 수사기초자료 171쪽 사진자료가 활용됨)
? 나사못은 타이어에 펑크를 내기 위한 도구가 아닌가?
- 정말 펑크를 내려 한다면 더 긴 나사못들을 다른 방법으로 몇 개씩 묶어 특별한 모양으로 조립해야 했을 것이다.
? 뿌려진 나사못을 경찰이 217개 수거했는데, 이게 전부라고 할 수 있는가? 실제 어느 정도 뿌렸는가?
- 500mm 페트병에 절반 정도 들어 있었다. 갯수는 헤아리기 어렵다.
나중에 상황종료 후 혹시 경찰이 수거하지 못한 것이 있을까봐 샅샅이 훑어봤는데 겨우 한 개밖에 발견하지 못했다.
? 수거되지 못한 나사못이 나중에 도로를 지나는 차량들을 상하게 할 가능성은?
- 기도소 앞 2차선 도로를 갓길까지 합쳐 4차선 도로라고 생각할 때, 그 4차선을 다 사용하는 차는 내 차다. 기도소 앞에 주차하고 차를 돌려 진밭교로 또는 보건소 쪽으로 향할 때, 그 도로에서 피해를 볼 가능성이 가장 큰 차가 내 차다. 경찰이 워낙 잘 대처하여 수거해 갔다고 생각한다. 미처 수거되지 못한 나사못이 있을까봐 상황종료 후에 샅샅이 훑어보았고 그렇게 발견한 것은 단 한 개 뿐이었다.


퍼포먼스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얘기하고 싶었다.
퍼포먼스란 "관중들에게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관념이나 내용을 신체 그 자체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예술 행위(daum 사전) 아닌가? 
작년 11.27에도 나는 우말양지 절개지 위에서 퍼포먼스를 수행했다.
그후 난 관심사병 취급을 받았다. 경찰들도 동지들도 나의 현위치를 궁금해 했고, 내가 어떤 사고를 칠지 걱정했다.
내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구를 열두 번도 넘게 파괴할 수 있는 무기를 쌓아놓고 겁박하는 미국, 그 미국의 요구에 미리 굴복하여 우리의 살과 피와 영혼을 갖다바치는 정부, 사드반대투쟁은 독립운동이다.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싸워 이길 것인가? 
습작시로 올려둔 시들 [허깨비], [너는 그렇게 그 사내를 사랑했느니], [안전지대] 등과 나의 퍼포먼스는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다른가?

내일 또 대규모 경찰병력이 동원되어 사드기지로 향한 길을 연다고 한다. 누구에게는 열리고 누구에게는 접근이 불허되겠지.
무엇이 그 길을 지나 달마산 그 고지에 올라갈까 궁금하다.
우리는 또 어떻게 짓밟힐 것인가?
난 또 어떤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을까?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