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억이 왜곡되어 있거나 허구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 이런저런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그에 대해 설명하느라 정작 하고픈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대화가 중단되는 경험을 자주 한다.
누군가가 눈앞에서 죽는 모습을 처음 보았던 기억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고 하는데, 막상 얘기를 꺼내려고 하니 또 이러한 결말로 치닫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
트럭에 부딪쳐 나가떨어졌던 친구. 그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니 친구라고 부르는 것도 어색하다. 당시 같은 학교를 다녔던 것과 함께 놀았던 기억이 없을 만큼 상당히 떨어진 윗동네에 살았다고 기억한다.
그 사고가 언제 벌어졌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학교 가는 길이었고 아직 그 길 주변이 황량했던(개발이 진행되지 않았던) 시절이란 것 뿐, 계절도 기억나지 않는다.
트럭에 부딪쳐 나가떨어진 친구의 머리가 깨지고 피와 뇌수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를 뿐이다.
나는 이 기억이 허구이거나 왜곡된 기억은 아닐지 되돌아본다.
오래전 잊혀진 기억을 되살리려 애쓰는 것은 "내가 목도한 누군가의 죽음, 그 경험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라는 질문 때문이다.
그 질문을 누가 내게 던졌는지도 모르겠다. 살아오는 동안 받았던 수 차례의 상담 과정에서 그런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던 것 같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자살충동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을 받은 소성리에서 받은 상담이다.
부처가 된 왕자 싯달타는 왕궁을 나와 생로병사의 고통스런 현장을 목격하고 가출하여 수행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나도 그처럼 종교적 성향이 매우 강한 편이라는 생각인데, 그 섬찟한 사고사의 장면이 출발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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