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백/어쩌다 쓰는 일기

제5회 민중가요 페스티벌 '데모스 크라티아(demos kratia)에 함께하다

도덕쌤 2024. 11. 18. 21:20

금산에서 은거(?)하는 중에 아내가 교회 일정으로 집을 며칠 동안 떠나게 되어 서울집을 지키러 올라가게 되었다.
'집 지키러'라기 보다는 12년생 강아지 하모를 돌보러 간다가 정답.
마침 서울 올라가는 주일 오후에 서울민예총 음악위원회가 주관하는 민중가요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아내에게 함께 보러 갈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다음날 새벽에 공항으로 나가야 하는 입장이라 매우 부담스러웠겠지만, 뭐가 됐든 모처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지라 OK 사인을 보내왔다. 일찌감치 후원금을 보내고 이 날을 기다려 왔다.

점점 추워져 가는 날씨에 안국역에서 노무현시민센터까지 가는 길이 조금 힘들었다. 겨우 5시 정각에 맞춰 입장할 수 있었다. 기대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한 것은 아니었지만 연극무대 같은 곳에서 빵빵 울려나오는 앰프소리에 실내는 힘이 넘쳐나고 있는 듯했다.

여는 마당부터 대합창까지 8개의 섹션마다 많은 감동을 주었다.

[1장 국민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에서는 이태원에서 쓰러져 간 청년들을 비롯하여 나를 각성시켰던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간이었다. 보랏빛 어깨띠를 두르고 희생자의 이름이 새겨진 십자가를 손에 쥐고 삼보일배로 시청에서 여의도까지 소성리에서 올라와 잠시나마 그 행진에 참여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2장 누구도 일하다 죽을 수 없다]로 넘어가서는 사드투쟁 과정에서 김천촛불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노래하는 지민주님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첫 곡은 연영석님의 '간절히'라는 곡. 워낙 간절히 와닿는 가사 때문에 소성리에서도 아침기도회에서 정문앞 기도회에서 자주 틀어주던 노래였기에 익숙한 노래였는데 노래로 물들다의 편곡은 새로웠다.
이 둘째 마당에서의 가장 큰 수확은 류금신이라는 민중가수를 알게 된 것이었다. '우리는 사람이다'를 부를 때 늦게서야 동영상으로 남겨둘 생각을 했는데 앞뒤로 잘라진 것이라서 아쉽다. 유투브에서 영상을 찾아 여기 올린다.
[류금신, 우리는 사람이다 https://youtu.be/53_G9-wSJ0Y?si=9a_9_M5Nokzuz9Xg]

셋째마당은 청년예술가들의 연주로 세 곡을 들었다. 가야금으로 레미제라블의 "너희는 듣고 있는가" 민중의 노래를 듣는데 가슴이 뛰었다. 임정득의 노래를 통해 익숙해진 '벨라차오' 연주도 훌륭했다.
바로 이어진 넷째마당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셋째마당 청년예술가들의 연주를 바탕으로 네 곡을 불렀는데 이 때쯤에는 죽창가를 부르며 몸을 떨던 젊은 날의 기억을 되새기며 눈물이 났다. 이 무대에서 처음 배운 노래 '날으는 홍범도가'를 역시 유투브에서 찾아 올린다. https://youtu.be/rz39H0j-4lY?si=SCfNzFoBuNhRt1_S

희망새의 무대는 언제나 피가 끓게 하고, 우리나라의 백자님의 곡들도 촛불광장에서 늘 힘이 솟게 하는 노래들이다. 특기할 만한 것은 아카펠라 팀 <아카시아>였는데 그날이 오면, 옹헤야 모두 얼마나 신선했는지... 역시 유투브에서 영상을 찾았다.
아카시아, 그날이 오면 https://youtu.be/fTJ_aq-EeeI?si=j1YV37DZTmN2tvQq
아카시아, 옹헤야 https://youtu.be/thWYbzDxPUU?si=nmMl-Q3MacFXUMnb

 

 

언제나 비장한 마음으로 부르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경쾌한 행진곡풍으로 편곡하여 이날의 출연진들과 관객들이 함께 합창으로 마무리했다.

소성리 투쟁현장을 떠난 뒤로 촛불광장도 멀리하고 은거에 들어가 있었는데, 오늘 민중가요 페스티벌이 내 마음을 뒤흔든다. 내가 꿈꾸던 세상을 위해 나는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점점 더 고민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