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백/어쩌다 쓰는 일기

미군에게 뒤통수 맞은 날

도덕쌤 2023. 3. 23. 19:06

[미군에게 뒤통수 맞은 날]

오늘(230323) 00:50쯤 미사일 탄통으로 보이는 발사대 비슷한 것을 싣고 있는 차량 2대와 유조차 1대, 그리고 관련된 컨보이 차량 2대와 덮개 트럭 1대 등 미군 차량들이 기지로 들어갔다. 승합차 6대를 타고 들어온 경찰들이 진밭교를 비롯한 마을길을 미리 점령하고 조용히 지켜주는 가운데 정보과 승합차로 보이는 2대의 경찰차가 앞뒤에서 호위해 주었다. 비오는 밤, 지쳐 쓰러져 잠든 시간에 도둑처럼 들어갔다.
지난주 수요일 15일 밤에 경찰버스 18대와 더 많은 승합차량들을 동원하여 다짜고짜 주민들을 결박하고 불법과잉폭력을 행사하며 빠져나갔던 차량들이 교체정비를 마치고 다시 들어온 것같다.

지난 수요일(230315) 밤 20:30 경 소성리 마을회관 앞


20일 월요일에는 교대병력 없이 유조차만 드나들었다. 교대병력은 언제쯤 들어올지 어제 수요일에도 긴장 속에 하루를 보냈다. 오늘 교대병력이 들어올 거라 해서 벼르고 있었는데, 깊이 잠든 새벽1시 무렵 미군장비가 들어갔다 해서 어떤 차가 들어갔나 궁금했다. 교대병력을 태운 버스들도 들어갔을까?
평소처럼 12시쯤 부상 나들목에 나가 보초를 섰다. 월명리 섶밭 마을표지 비석을 돌아나가는 미군 승합차가 보였다. 
부상에서 진밭교까지 쫓아가며 원어민의 목소리로 "This land is our land, go home USA! Get out US troops! We oppose THAAD deployment! Withdraw THAAD deployment! You’re invading our land! Stop occupying Soseong-ri!" 또는 여기에 덧붙여 "NO THAAD! YES PEACE! Who makes war? USA! NO WAR! YES PEACE!"라고 방송으로 떠들어댔는데, 이런 항의가 몹시 신경이 쓰였는지, 미군쪽에서는 나를 사법처리할 꼬투리를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부상나들목에서 보초를 서고 있으면 미군차가 한번씩 돌아보고 가는 일이 오늘로 두번째인가 그렇다.

230323  12:18 부상나들목 월명1리 입구를 돌아나가는 미군 승합차

아무튼 ㅡ 
오늘도 기어코 미군 교대 병력이 곧 들어가겠구나 하며 지키고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들어오지 않았다. 겨우 햄버거로 점심을 때운 게 13:40. 그 뒤로 15:00를 넘겼는데도 아무 일이 없었다. 
15:17 기지를 늘 드나들던 노란색 탑차가 왜관쪽으로 나가는 길로 들어서는데 잠시 후 그 뒤로 미군 교대 병력을 태우고 다니는 관광버스 2대가 나타났다. 아니!? 저게 언제 들어가서 나오는 거지? 마을로 전화하여 확인하고 강교무님에게 알리는 사이에 미군 이동 시에 앞뒤에 호위하던 미군 컨보이 차량 2대가 나타났다. 그 뒤에 경찰 백차.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햄버거를 사러 간 것이 13:33~38이었는데 그 때 들어갔나? 그 때도 부상삼거리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는데. 틈이 있었다면 불과 1분?
마을로 돌아와 소성리 할매들(누님, 형수님...)께 버스가 언제 들어갔는지 확인했다. 모든 걸 확인하고 보니 13:15쯤 앞뒤에 호위하는 차량도 없이 국방부의 협력단 차량 2대가 앞뒤에서 연락을 주고받으며 버스들을 이끌고 들어온 것으로 보였다. 연대자도 없고, 돌봐줄 사람들도 없이 할매들 너댓 명이 피켓을 들고 나와 항의하다가 정보과 형사들만 상대하며 속상한 마음 드러낸 것이 오늘 미군저지항의행동의 전부였다.

230323 15:10경 소성리 마을회관앞

추측하건대, 미군 교대 병력 차량은 월항쪽으로 들어왔거나, 김천쪽으로 나가서 활깃재를 넘었거나, 섶밭쪽 남김천 나들목이 아니라 부삼삼거리 위쪽으로 들어와 평소처럼 부상고개를 넘었거나... 아무튼 사전 정탐을 한 미군 승합차가 전해준 정보로 다른 길로 우회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잖아도 자꾸 몽롱해지는 머리를 흔들며 "오늘은 세게 한 대 얻어맞았군" 한숨을 쉬며 오늘 하루를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