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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에서 물러나온 뒤에도 한 동안 사이버교실로 운영하던 블로그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꾸준히 사람들이 찾고 있는 옛 블로그 글들 옮김]이란 카테고리를 만들어 그 곳의 글들을 이 곳에 옮겨 놓으려 한 것은 사실 남의 글 스크랩 해둔 것을 옮겨 두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고 내가 썼던 글들, 특히 사이버 교실에 올려둔 글들을 백업하자는 의도가 강력했던 것인데, 오늘 옛 블로그에 들어가니 인기글 목록에 두 번째로 올라와 있는 글이 [날마다 묵상]140904 "검을 주러 왔노라"였습니다.
교직을 떠난 지 2년차에 세월호 사건을 만나고 "가만히 있으라, 기다려라" 가르쳤던 원죄를 회개하며 광장에 나갔었지요. 그 때 보수우익으로 가득한 기독교계에 답답함을 느끼면서 묵상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약 100여편의 글을 쓰고 중단했는데, 그 중에 하나 글을 쓰던 초창기에 남긴 글이 [날마다 묵상]140904 "검을 주러 왔노라"였습니다. 이 글이 인기글 목록에 올라올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알고보면 워낙 찾는 이 없는 블로그인데 어쩌다 다른 링크를 따라 들어와 읽으신 분이 몇 분 있었단 얘기겠지요?ㅠㅠ)
아무튼 그 글을 여기 옮겨 놓습니다. 아울러 이와 관련된 또 다른 글 하나 더 엮어 옮겨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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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sk2me.tistory.com/13662335
[날마다 묵상]140904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 내가 온 것은 사람이 그 아버지와, 딸이 어머니와,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불화하게 하려 함이니,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리라." (마 10: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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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의 화두가 된 말씀입니다.
원수까지도 용서하라신 사랑의 화신 예수님의 말씀에 이런 메시지가 있다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시절, 교회를 가지말라고 채찍을 휘두르던 어머니를 피해 교회로 피신했을 때, 담임목사님이 제게 주신 말씀이었습니다.
난 이 말씀을 읽고 교회를 떠났었지요.
교회와 관련된 모두가 사기꾼처럼 보였던 시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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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예수님이 내가 뭐하러 왔다고 분명하게 선언하신 말씀 중 첫번째,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
황산벌 전투에 나선 계백이 자기 가족을 모두 칼로 쳐 죽이는 모습을 말하는 걸까요?
왕위계승을 둘러싸고 형제들과 전투를 치르고 아버지의 화살과 철퇴를 감당해내야 했던 이방원의 얘기를 하는 걸까요?
아니, 예수님도 가족들과 원수를 졌을까요?
예수님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과 동격이라 가족들과 원수를 맺지 아니하셨나?
평생의 화두가 되어 온 말씀이라서 이 말씀을 묵상하며 얻은 깨달음도 많았습니다.
그 중의 하나!
이 말씀이야말로 진리의 길을 찾아 가족을 버린 수행자, 싯달타 왕자를 향한 주님의 칭찬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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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sk2me.tistory.com/13662368
[날마다 묵상]141002 「미안해 하시는 하나님」
(마 5:43~45)
43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여라' 하고 이른 것을, 너희가 들었다.
44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의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45 그래야만,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해를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사람에게나 불의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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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묵상'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반성도 많이 하는데요, 왜 이런 일을 시작했는지, 누가 읽으라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인지, 왜 쓰고 왜 읽게 하는지 자주 돌아봅니다.
하지만 고백하고 싶은 것은 계획은 사람이 세우지만 결정은 하나님께서 하신다는 것입니다.
난 스스로 나의 신앙이 정통,주류를 자처하는 교회 세력들과 거리가 멀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늘 조심스러웠습니다. 아마 목사님, 신부님들께 나의 묵상을 보내드리는 이유 중에 하나는 혹시 내가 이단사설로 빠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붙들어달라는 요청일 것입니다.
묵상글을 시작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세월호 가족들의 농성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비난하는 소리들을 들으며 느꼈던' 견딜 수 없는 충동이었습니다. 내가 믿는 하나님은 그들과 함께하며 싸우라고 하시는데, 같은 하나님을 섬긴다는 분들이 그들을 대적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던 것이지요. 처음엔 이런 소식 들어봤냐며 그분들이 접해보지 못했을 소식들을 주로 전하려고 했었는데, 하나님은 제게 묵상글을 쓰도록 인도해 가셨습니다.
그리고 이글들을 지금 어떻게 사용하고 계신지 제 생각을 넘어서고 있는 것같습니다.
아무튼 오늘의 묵상 제목 [미안해 하시는 하나님]은 이러저러한 반성을 하는 가운데 "나는 하나님을 어떤 분으로 고백하고 있는가?" 지난 한달 간의 글을 돌아보다 발견한 하나님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기독교 인구의 90%는 이러한 모습의 하나님을 생각지도 못하고 있고, 이러한 하나님을 얘기하면 불경하다 내치지 않을까요?)
제게는 하나님의 이런 모습이 힘을 주셨고, 한 걸음 더 깊은 깨달음, 더 넓은 하나님의 품으로 나아가는 계기가되었습니다.
주님께서 하나님의 이런 모습을 처음으로 제게 보여주신 것은 바로 오늘의 말씀 <마 5:44>을 붙들고 씨름하던 때였습니다.
저는 "하나님! 당신도 못하시는 일이잖아요!" 따지고 대들었지요.
그때 불현듯 마음속에 깨달음이 생기는데, 마치 주님이 내게 말을 건다는 느낌이었습니다.(대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네요.)
"형구야, 미안하다. 그래 나도 못하는 일을 하라고 시켰다.
그런데 이 바보야! 생각좀 해봐라. 왜 내가 그렇게 말했겠니?
'원수'를 사랑하는 일은 나도 못할 일이지만, 내가 네게 하고 싶은 말은 그 '웬수'가 정말 '웬수'냐는 거야!
니가 지금 감정이 상해서, '속'이 상해서, 그놈을 '웬수'라고 생각하지만, 걔도 알고보면 너랑 '형제'라니까!
뭐? 형제랑 싸우게 하러 왔다고 내가 그러지 않았냐고? 형제가 원수가 될 거라고 말하지 않았냐고?
이놈아, 그러니까 그게 그말이지!"
그날 처음으로 하나님은 제게 "미안해!" 말씀하셨고, "있지~. 비밀인데, 실은 나도 못하는 게 한 가지 있어. 잘못했다고 빌지 않는 놈, 그런 놈은 나도 용서 못해!"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리고 그날 나는 하나님을 용서해 드렸습니다. 내게 "미안해!"라고 말씀하셨으니까요.
뭐, 사실 용서고 자시고 할 것 있었겠어요? 하나님 큰 뜻을 제가 몰랐던 게 문제였겠지요.
아무튼 그 후로 종종 저는 미안해 하시는 하나님을 뵙습니다.
세월호가족들을 두고도 하나님이 얼마나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지, "그러니까 제발 니가 더 열심히 하라" 그러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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