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물맷돌이 되고저!

도덕쌤 2021. 4. 6. 19:48

돌에 관한 시 한 편 끄적거리다가 옛날 묵상글로 남겨둔 게 생각나서 다시 꺼내 보았습니다.
지금 읽어도 '참 대견한 얘기를 하고 있었구나' 생각하는 한 대목을 여기 옮겨 봅니다.

신령한 제사를 드리는 거룩한 제사장으로서 신령한 집을 짓는 데에 쓰일 살아 있는 돌!
그러나 우리는 '천국 문을 사람들 앞에서 닫고 자기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 하는 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자들을 목회자로 섬기며, 그들에게 제사장의 직분을 위임하고 있지 않습니까?
스스로 주눅들어 반석은 베드로에게, 머릿돌은 예수님께 양보하고, 신령한 집을 짓는 데 쓰이는 건 목회자들 몫으로만 여기고,
우리는 그저 '집짓는 사람들의 버린 돌' 신세로 있다가, 저처럼 '골리앗의 이마에 가 박히는 작은 물맷돌'이 되고 싶어하거나, 간음한 여인을 향해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돌멩이, 심지어는 스데반을 향해 날아가던 돌멩이로 사용되는 걸 기꺼워 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
(https://blog.daum.net/ask2me/13662377)

 

끄적거렸던 시도 일단 들려드려야겠지요?
아직 몇 번 퇴고가 필요하긴 합니다만 첫감동을 담아서 용감무쌍하게 공개합니다.

 

 

[물맷돌이 되고저!!!]
         ㅡㅡㅡ(차돌멩이 노래를 부르다가)

 

  멋모르고 꿈에 부푼 대학 새내기 시절 
  즐겨 따라부르던 노래가 있었다
       내 머리속으로 차돌멩이로 
       슬픈 노래 부르지마라
       한 사람이 죽으려고 태어난 것 같다
       산산이 부서져라
  난 노래를 부르면서도 그 뜻을 알지 못했지

 

  더 어린 시절 목사님은 
       "집 짓는 사람들이 내버린 돌이,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는 시편 노래를 들려주며

       넌 건축가가 버린 돌이니
       넌 장차 머릿돌이든 모퉁잇돌이든 주춧돌이 되거라
  내 귀에 속삭였다

 

  이제 주춧돌 대신 파일을 박는 세상
  주춧돌이 없어도 아파트는 높이 올라가고
  빌딩이 높아질수록 지하실도 깊어지는 마을
  나는 돌 대신 사람이 되자고 노래했다

 

  "야 이 돌대가리들아 좀더 생각 좀 하고 살면 안 되겠냐!!!"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차라리 배부른 돼지가 되겠다고
  모두가 꿀꿀 거리는 교실에서
  "이제 돌들이 소리치리라" 
  돼지들을 향해 소리지르는 돌멩이가 되었었다

 

  피에 젖은 세월은 흐르고
  회한의 눈물 바다를 건너서

 

  나는 이제
  골리앗을 향해 날아가는 다윗의 물맷돌
  저 거대한 마피아들의 카르텔을 박살내고야 마는
  물맷돌이 되고 싶었다

  진정 골리앗을 향해 날아가는 물맷돌이 되고저!
  그 이마에 박혀 피로 물든 물맷돌이 되고저!

+++++

{차돌멩이 : 1970년대 부터 대학가에 알려져 널리 불려진 김민기의 노래 (유투브)}


​기도소 컨테이너 앞 소성길에 돌무더기가 쌓여 있다. 2017년 여름 사드기지로 들어가려 하는 추가 발사대는 물론 유조차, 기지 건설 장비와 자재 반입 차량, 미군들의 출입을 위한 차량 등을 결사적으로 막고 있었다. 혹시 또 들어오는 차량이 있으면 돌무더기를 무너뜨려 길을 막겠다고 성황당 길손들이 오고가며 기도하는 돌탑을 만든다는 핑계로 축대쌓기 좋은 크기의 돌을 쌓아놓았었다.
​ 그러나 우리의 기대는 이내 허물어졌다. 문재인의 사드발사대 추가반입이 있기 얼마 전에 경찰들과 실랑이 끝에 결국 무너진 돌들을 이렇게 치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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