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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렇게 그 사내를 사랑했느니]
한 때 소월의 사랑노래는
우리 민요 사랑가 보다 우리 마음을 더 울렸었지
나의 누이야, 꼬메리칸 똥별들아
너도 그렇게 사랑했구나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 진달래 꽃 /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 놓인 그 꽃을 /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매부리코 팔뚝 굵은 노랑머리든지
부리부리한 눈에 비단결 같은 검은 피부 곱슬머리든지
곰같이 미련한 순정보다는
황금빛 찬란한 욕망을 사랑한 나의 누이야
꼬메리칸 샛노란 똥별들아
그래 너는 그렇게 그 사내를 사랑했구나
컴온 베이비, 나를 마음껏 유린해주세요.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군홧발로 짓이기고 가시옵소서
컴온 베이비, 아직 가실 때가 아니잖아요.
아직 나는 당신께 드릴 것이 많답니다.
몸도 땅도 미래도 다 드릴 수 있답니다.
컴온 베이비, 불안해 하지 마세요.
당신을 향해 달려드는 허깨비 다 내어쫓아줄게요
나의 누이여, 꼬메리칸 똥별들이여
그렇게 몸 팔아 나를 먹여 살렸다고 말하지
마라
그렇게 몸 팔아 내 목숨 지켜냈다고 말하지
마라
너는 그렇게 그 사내를 사랑했느니
팔뚝 굵은 그 사내 망나니칼에 휘둘려
죽은 원혼, 그 허깨비
내어쫓을 부적 그려주려 붓을 놀릴 때
그 붉은 물감, 나의 피로 만들어졌으니
가시는 걸음걸음 아름따다 뿌려준 진달래꽃
검은 피부 곱슬머리 군홧발에 뿌리뽑힌
나의 영혼이었으니
나의 누이여, 꼬메리칸 똥별들이여
팔뚝 굵은 그 노랑머리든, 검은 피부 곱슬머리든
아니 몸 팔아 먹여살린 네 오라비든
이제 사랑한다고 말하지
마라
네가 사랑한 것은 네 모진 목숨 아니었느냐
차라리 우리 사랑노래를 배우라
"사, 사랑을 할려면, 요, 요렇게 한단다
요내 사랑 변치말자 굳게굳게 다진 사랑
너허를 보오면 신바람이 절로 나고
너허를 마, 만나면 아이가이가 두리둥실 좋을씨고"
제발
이런 사랑, 이렇게 해방된 사랑을 만나라
그 길을 떠나라
+++
소성리 사드기지 정문 앞에서 매일 펼치는 평화행동, 오늘 아침은 모두연설을 대신하여 이 시를 읽었다.
"~두리둥실 좋을씨고 ♬"로 끝맺었는데, 읽어보니 마무리 느낌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내려와 사족처럼 석줄을 덧붙인다.
결국 마음과 달리 축복의 기도로 끝을 맺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