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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리뷰(review)

우각의 화산권마

도덕쌤 2024. 11. 7. 13:53

만화에 빠져 있다가 시간죽이는 데는 소설이 더 낫다는 걸 알고나서 많은 무협소설을 읽었다. 너무 긴 대하소설류(수십권 짜리 소설은 완독하는데 많은 돈을 쓰게 된다)는 피해가고 있었는데 작가별로 검색하는데 늘 상위에 자리잡은 작가들의 작품은 대부분 너무 길었다. 그래서 주로 100~300코인 정도로 소화할 수 있는 작품들을 찾아 읽었다. 그러나 이런 작품은 많지 않아서 문제였지.

어느날 큰맘먹고 작가별 검색에서 가장 첫번째 이름으로 등재된 우각이란 작가의 소설을 읽어보기로 했다. 그의 작품은 불과 네 개였는데 첫 작품이 바로 이 소설 화산권마였다. 1권에 25코인 총 20권(첫권은 늘 무료) 475코인을 써야했다. 무료로 제공되는 첫권을 대충 읽다가 흥미를 잃으면 그만두는 게 보통인데 결국 끝까지 읽어내고 말았다.

 

완독하게 만든 요인은 주인공 화산검마 담호가 절름발이로 장애인이라는 것이었다.

도적떼가 휩쓸고 간 폐허가 된 마을에서 구조된 단 하나의 생존자, 도적떼들에게 당한 것인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인지 모르지만 팔다리가 꺾여 왼쪽 다리를 질질 끄는 불구의 소년.

모두가 무공을 익힐 수 없다고 무시하지만 담호는 그를 구조하여 제자로 받아 준 학도사의 도움과 그후 겪게 되는 우여곡절을 통해 자신만의 절기를 창안하고 수련하여 고금제일의 무인이 된다. 마교, 신마련, 천사교... 천사교주 호천명이 열어버린 육도를 막아낸 수호자의 모습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무협지가 그려내는 다양한 상상들 속에서 장애를 인정하고 그 장애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읽게 되는 일은 드문 일이었다. 그래서 화산검마 담호가 익힌 무공이란 것들이 무협지가 그려낸 상상에 불과한 것이지만 그 상상에 담긴 작가의 무의식에 생각이 쏠린다. 절름발이 담호에게 현란한 보법 대신 오로지 속도와 단단한 몸으로 승부하는 보법. 적들의 공격을 현란한 보법으로 피할 수 없는 담호에게 몸으로 부딪쳐 딱 죽기 직전까지 온갖 상처를 감당해내며 오로지 직진으로 승부를 볼 수 있게하는 담호만의 절기들. 

작가는 한계를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지, 장애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죽음을 각오한 정면돌파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하나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 중에 주목할 만한 인물은 방진보라는 인물이다. 요리로서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소망인 인물. 그는 무공을 요리를 하는데 사용한다. 종리연이라는 신의와 함께 담호를 이해하는 소수의 몇 사람 중 한 명이 방진보다. 절망할 수밖에 없는 잔혹한 세상에서 어떻게 희망을 길어올릴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작가는 방진보같은 인물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협은 폭력이 난무하는 세계를 그려낸다. 사람들의 상상력이 얼마나 잔인한 세계를 그려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러나 그 안에는 그만큼 사랑과 평화, 그리고 자유를 향한 절절한 그리움이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