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백/고백 ; 기도 ; 선언 ; 설교 ; 묵상

안식, 안식 중에 하는 일들

도덕쌤 2016. 4. 21. 15:16

* 2016.04.21. 새벽기도

 

찬송 : 410장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기도 : 하루하루 분주히 살아가는 중에도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 주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하루를 시작하려고 주님 앞에 나왔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묵상할 때에 새 힘 솟아나게 하소서. 찬송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을 축복하여 주옵소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 응답하여 주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말씀 : <마태복음 121-8>

          1 그 때에 예수께서 안식일에 밀밭 사이로 가실새 제자들이 시장하여 이삭을 잘라 먹으니

          2 바리새인들이 보고 예수께 말하되 보시오 당신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하지 못할 일을 하나이다

          3 예수께서 이르시되 다윗이 자기와 그 함께 한 자들이 시장할 때에 한 일을 읽지 못하였느냐

          4 그가 하나님의 전에 들어가서 제사장 외에는 자기나 그 함께 한 자들이 먹어서는 안 되는 진설병을 먹지 아니하였느냐 (삼상 21:6)

          5 또 안식일에 제사장들이 성전 안에서 안식을 범하여도 죄가 없음을 너희가 율법에서 읽지 못하였느냐 (28:9-10)

          6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성전보다 더 큰 이가 여기 있느니라

          7 나는 자비를 원하고 제사를 원하지 아니하노라 하신 뜻을 너희가 알았더라면 무죄한 자를 정죄하지 아니하였으리라 (6:6)

          8 인자는 안식일의 주인이니라 하시니라

 

묵상 :   아이들이 커 나가면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먹고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일이 매우 귀한 일이 되었습니다. 큰형님댁의 큰 조카딸이 시집을 가서 시집생활에 적응해 나가면서 그 집안의 특별한 전통을 얘기하는데, 그 얘기를 듣고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교회의 몇몇 가정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긴 한데, 저의 집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으니 여간 부러운 게 아닙니다.

            그 집은 주말마다 분가해 나간 모든 자녀들이 함께 모여 얘기꽃을 피우며 식사하는 걸 규칙처럼 정해 놓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불참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 그 규칙을 지키려고 다들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모이니 가족들의 애경사를 챙기는 것은 기본이 되었겠지요. 식구들의 생일을 사촌들끼리도 꼭 챙겨서 선물을 주고받는 게 습관화 되어 있더랍니다.

            저도 가족들이 함께 모여 그렇게 대화하고 식사를 하는 전통을 만들어보려고 애썼던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저마다 다른 길을 가면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안타까워서 그런 시도를 했겠지요. 그러나 이미 제각각 살아가는데 익숙해진 뒤였기 때문이었는지, 무엇 때문인지, 잘 모이지 못했습니다.

            최근에 손자를 보고나서 이 아이를 어떻게 양육할 것인지 생각하는 가운데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온가족이 함께 모이는 시간을 갖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밖으로만 도는 아이들에게, 서로 활동시간대가 다른 아이들에게, 왜 그런 시간이 필요한가, 어떻게든 가족모임을 해야 하는 이유를 무어라 설명할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되었죠. 그때 불현 듯이 떠오른 게 하나님의 안식에 관한 명령이었습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는 제발 쉬라고 말씀하신, 안식일을 범하면 죽이라는(31:14) 명령을 하실 정도로 강력하게 명령하신 안식일, 그 안식일에 사람들은 쉬면서 무엇을 하였을까요? 안식일에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얘기꽃을 피우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안식에 관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안식이란 쉼을 말합니다. 쉰다는 것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지요. 성경에서 안식일을 지키라는 말씀 마다 제일 강조한 것도 그것이었습니다. “아무일도 하지 마라!”

           그런데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그냥 시간을 보내신 적이 있는지요? 무념, 무상, 무위.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 보셨나요? 저는 쉬는 동안에도 어떤 종류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였습니다. 쉬는 동안에 하는 일은 어떤 것들일까? 역설적인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사실 우리가 몸과 마음을 쉬게 한다고 하지만, 그동안에도 우리 몸의 일부는 여전히 쉬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의 심장과 허파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쉬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안식을 명하셨을 때도 우리에게 그 시간에 하라고 하신 일들이 있습니다.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날은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날이고, 성회로 모이는 날이었습니다.

           오늘 읽은 마태복음의 말씀 중에는 같은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에는 없는 내용이 나옵니다. 5또 안식일에 제사장들이 성전 안에서 안식을 범하여도 죄가 없음을 너희가 율법에서 읽지 못하였느냐는 말씀입니다. 앞에 ''이라고 주가 달려 있을 텐데, 민수기 289-10절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 구절을 찾아 읽어보면 안식일에는 일 년 되고 흠 없는 숫양 두 마리와 고운 가루 십분의 이에 기름 섞은 소제와 그 전제를 드릴 것이니 이는 상번제와 그 전제 외에 매 안식일의 번제니라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무슨 말씀입니까? 안식일에 제사를 드려야 하는데, 제사장들이 제사를 드리는 일은 안식을 범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예외적으로 죄가 되는 행위는 아니다. 이런 얘기 아닙니까?

           제사장들이 제사를 드리는 그 순간에 일반 백성들은 무얼 하고 있었을까요? 제사장들끼리만 따로 제사를 드리고 있었을까요? 아니었습니다. 제사는 모두가 함께 드리는 것이었고, 안식일은 곧 성회로 모이는 것이었습니다. 주일날 함께 예배드리는 것이 안식일의 전통을 이은 것이지요.

            안식일에도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안식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단순히 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을 넘어서 더 깊이 주의하여 살펴야 합니다.

 

            이 아침 짧은 시간에 그 모든 내용을 다 살펴볼 수는 없지만, 저는 최근 공부한 내용을 간추려 몇 가지 정리하여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안식은 무엇엔가 몰입하여 있던 곳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욕망에 사로잡혀 사는 우리들인데, 그 욕망을 잠시 멈추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안식한다는 것은 우리가 몰입하고 있는 욕망의 세계에서 벗어나서, 자신이 속한 세계와 그 세계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자신을 둘러보는 시간을 갖는 것을 의미합니다.

            둘째, 안식은 하나님 앞에 서는 것입니다. 절대자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주일에 우리가 교회로 모여 예배를 드리는 것은 하나님 앞으로 나아와 자신을 돌아보는 안식 행위인 것입니다.

            셋째, 그러나 그렇게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죄책감 속에서 허우적거리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절대자 앞에 와서 자신의 잘못을 심판받는다는 생각을 가지면 안식이 되겠습니까? 안식은 오히려 죄책감에서 해방되는 시간입니다. 하나님의 자비하심에 힘입어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는 경험을 하는 시간입니다.

            넷째, 그러므로 안식의 시간은 괴로움이 아니라 기쁨의 시간입니다. 우리를 힘들게 했던 노동뿐만 아니라 우리를 괴롭혀 왔던 상념들로부터 벗어나서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시간입니다.

            다섯째, 그리고 이러한 시간은 나 홀로 고독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공동체 속에서 그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사랑으로 묶여 있는 공동체는 그 공동체 안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구성원들을 돌아보면서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구성원의 상처 하나하나를 치유하고 회복시켜줍니다.

 

            주님께서는 안식일에 밀이삭을 잘라먹기도 하셨고, 병자를 고치시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했던 이유가 안식일을 부정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겠지요. 그러한 행위들이 안식하는 동안에도 해야 할 일이었다, 아니 안식하는 동안에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끝으로 저는 하나님께선 창조의 사역을 마치신 다음 쉬셨지만, 그것이 어떤 일을 다 끝내놓고 나서야 쉴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고자 합니다. 사람들 중에는 그러니까 우리도 하던 일을 다 끝내고 나서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명하시기를 주기적으로 쉬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창조의 사역을 마친 다음에도 여전히 일하고 계시고, 일하시는 가운데 잠시 쉬라고 하십니다.

            또 한 가지, 안식 중에도 쉬지 않고 펌프질을 하는 심장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안식을 위해서 누군가 여전히 일하고 있음을 기억합시다. 그분들의 안식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잠시 침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