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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블로그 [사람의 등급]을 개설할 때는 교직에서 은퇴하면서 이제 새롭게 나의 깨달음을 전하는 통로로 개설했었어.
말하자면 [물음표(?)에서 느낌표(!)까지]라는 블로그가 도덕교사로 근무하며 이용했던 온라인교실이었다면, [사람의 등급]은 은퇴교사의 넋두리를 담아두는 온라인사랑방이었던 거야.
[개똥철학]이라는 대분류는 처음엔 다른 이름으로 되어 있었어. 어떤 제목이었는지 이젠 생각도 나지 않네. {다시 여는 도덕교실}쯤이었을까? 온라인교실에서 미완성으로 끝낸 [사람의 등급], [진정한 용서] 등의 이야기를 다시 펼치려 했지.
[손주들에게 남기는 글]은 블로그의 이름 그대로 [사람의 등급]을 다시 분류명으로 사용했었던 것 같아. 그리고 두살배기 손자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글을 써나갔어. 실상사에서 피정하면서 글을 썼지. 실상사에서 1차 피정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온 뒤에 소성리로 내려가게 되었어. 어쩌다 2차 피정을 하려던 계획이 7년이 넘게 소성리에 머물게 되었지. 글을 이어갈 수 없었어. 머리속에 생각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아졌던 거야. 주로 신앙의 문제, 투쟁의 전술전략에 관한 생각, 인간관계에 관한 생각 등등이 가득차서 손자에게 쓰던 편지를 계속 이어갈 수 없었던 거야. 손자가 내 편지를 읽으려면 12년은 지나야 할 거라 생각했으니까 미뤄둔 거지.
안식년을 맞아 금산에 원룸을 얻어 다시 피정을 하는 동안 중단된 편지글을 어떻게 이어가야 하나 생각해 봤어.
그 사이 손자에 이어 손녀도 태어났고, 이제는 외손자도 곧 태어날 거야. 다정하게 손자의 이름을 부르며 시작하던 글은 이제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며 시작하기 어려운 얘기가 되었어.
하고 싶은 얘기들도 주제가 다양해졌지. '웰다잉-메멘토모리'에 대한 생각, '신앙고백-종교철학', '정치경제와 관련된 이념-내가 꿈꾸는 세상, 그 유토피아', ...
블로그의 틀을 다시 만들어 가야겠다 생각했어. [개똥철학]이라는 대분류를 만들고, 그 하위에 주제별로 그 동안 쓴 글들을 모아보려 했어. 소분류 제목 [사람의 등급]을 [손주들에게 남기는 글]로 바꿔서, 그곳에는 다양한 주제, 수많은 글들 중에서도 손주들에게 전할 만큼 가장 알찬 내용, 할아버지의 깨달음 중에 가장 중요한 것들을 다시, 정성껏 풀어 설명해 주려 했어.
왜 하필 '개똥철학'이라고 이름붙였을까?
사전을 보니 개똥철학이란 말은 "대수롭지 않은 생각을 대단한 철학인 양 내세우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네? 내 스스로 나의 깨달음들을 대수롭지 않은 생각이라고 여기겠어? 대단한 철학 아니냐고 내세우고 싶지 않겠냐고.
그러나 사람들은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어.
학교에서도 교회에서도 나는 늘 돌들을 보고 얘기하는 기분, 우이독경이라는 말 있지? 그런 기분이었어. 사실 그런 기분을 느껴야 했던 이유는 나의 가르치는 재주, 말하는 능력, 글쓰기 훈련이 덜 된 채로 생각을 쏟아냈기 때문인데, 나는 그런 기분을 느낄 때마다 사람들이 나의 깨달음을 '대수롭지 않은 생각'이라고 평가하는 것처럼 느꼈지. "제발 생각 좀 그만하라"는 얘기를 들을 때 특히 더 심했지.
하지만 말야 난 생각을 멈출 수 없어. 오히려 난 호통을 치고 싶어. 생각 좀 하고 살아라!
이 유물론의 시대에, 물질문명에 사로잡힌 시대에, 역사가 발전하는 원동력은 관념이 아니라 물질이라고 보는, 세계는 물질로 이루어졌으며, 정신이나 의식 따위는 물질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이 시대에, 나의 호통에 정신을 차릴까?
아무튼 "너희들은 대수롭지 않다고 여길지라도 여기 대단한 철학을 말하는 이가 있다. 대단한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해봐라" 하는 심정으로 내 생각들을 [개똥철학]이라는 대분류 제목 아래 담아두게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