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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비밀일기

후회(3)

도덕쌤 2025. 9. 7. 07:43

많은 일들을 후회하며 살고 있다.
후회란 어떤 선택의 결과인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치밀하게 살펴본 후, 만전에 만전을 기한 선택이더라도, 나는 세상의 모든 변화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우리가 겪은 일들 중에는 후회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일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일들은 나의 선택과 무관하게 일어나는 일들이다.
나에게 일어난 일일지라도 내 선택과 무관하게 일어나는 일들.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런 일들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그 정도 뿐이다.

그런 일들 중 가장 처음 일어난 일은 나의 존재(存在)다.
나란 존재의 태어남이다.
자신의 선택으로 태어나는 생명도 있는가?
이미 태어난 뒤에야 나라는 자아의식이 형성된다.
우리는 그렇게 내 선택과 무관하게 일어나는 일들을 뭉뚱그려 운명이라 부른다.

대체로 운명이라는 말은 필연이라는 뜻에 가깝게 느껴진다.
그러나 사실 우연이라 할지라도 내 선택과 무관하게 벌어진 일이라면
우리는 운명이라는 말로 선택이라는 말에 따르는 책임을 피하려 하지.
그러니 운명이라는 말은 우연이든 필연이든 내 선택과 무관하게 일어나는 일들을 뭉뚱그려 부르는 말이 되기 마련이다.

운명으로 맞게 된 나의 태어남
나라는 존재에 대해 내가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까? 
 
후회라는 것은 대체로 운명을 거스리는 데서 오기 마련이다.
내 뜻대로, 나의 선택을 따라, 내 취향대로 걸어갔지만 엉뚱한 길로 들어섰다는 자각이 생기면서 후회의 감정이 밀려온다.

그러나 나는 나라는 자아의식이 형성된 후로 나는 운명에 휘둘리는 존재가 아니라 내 뜻대로 사는 존재가 되고 싶어하지.
그러니 인간이라는 존재는 아무래도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성리에 내려오니 봉정할배 이채구님이 생각난다. 까망이라는 습작시에도 등장하는 어르신. 몇 년 전 돌아가신 그 분은 평생 어떤 후회를 하셨을까? 후회라는 말이 머금고 있는 그 서글픔을 어떻게 소화하고 지내셨을까? 덩실덩실 춤을 추시던 모습, 연대자들에게는 촌지를 흔들며 기분을 내시고, 경찰들을 향해서는 호통을 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길가에서 뜯은 봄나물들을 전해주시던 봉정할배의 따뜻한 미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