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글/보수유투버에 귀기울이는 형님께

중풍병자의 친구 같은 마음으로 (2020.01.17)

도덕쌤 2020. 1. 20. 13:58

남북대화만큼이나 어렵게 시작된 형님과의 대화가 불과 며칠 만에 “아무튼 자네는 자네의 추구대로 가시게. 더 이상 같은 논제로 상대를 바꾸어 볼 생각은 하지 않겠네. 안타깝더라도 말일세.” 다시 단절되는 게 안타깝습니다.


대화가 다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짧은 기간 카톡으로 나눈 대화과정을 다시 되새겨보려 합니다. 


형님은 형님대로 동생들에게 혈육의 정으로 ‘무엇엔가 착각에 빠져 사는 듯한’ 동생이 안타까워 형님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전하고 싶었겠지요. 형님으로서 동생들에 대한 계도를 시작하신 것이지요. 그래서 형님이 깊이 공감한 동영상 ‘김문수TV’를 제게 보내준 데서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아, 그전에 전화로 제 건강을 걱정해 주셨지요. 하지만 건강보다도 더 걱정인 것은 제가 형님 생각에 반미.종북.좌익 활동이 틀림없는 사드반대에 몰입해 있는 것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카톡으로 처음 보내준 동영상도 형님이 전화로 추천한 ‘심장병 완치훈련’ 영상이 아니라 ‘김문수TV’였어요.)

난 형님이 평소 기대했던 것보다 ‘귀가 얇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더 깊고 넓은 판단력을 가진 동생들을 어찌 계도할 수 있겠냐고 형님의 자존심을 긁는 얘기를 했지요. 또한 형님과의 대화를 다른 이들에게 공개하여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페북에 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형님도 제가 잘 아는 분들, 형님의 친구들이 있는 카페 등에 공유하겠다고 하셨고, 저는 크게 환영했지요.


지금도 제가 가장 안타까운 것은 형님의 생각이 어찌 그리 좁은가, 어찌 귀가 그리 얇은가 하는 것입니다.

지난 편지글에서도 덧붙였듯이 “형님보다 더 깊고 넓은 판단력을 가졌다고 자부한 까닭은 학력 때문이 아닙니다.” 어떤 주장, 사건을 얼마나 다양한 입장에서 깊이 생각해보느냐의 문제였지요.

형님이 보내준 ‘심장병 완치훈련’ 영상을 보며 나의 안타까움이 스트레스로 변하기 전에 다시 한 번 형님께 좀 더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를 하자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림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형님은 형님대로 안타까운 마음을 “이런 목사도 있는데...”라고 드러내면서, 뉴스앤조이의 기사 [이영훈 목사 "적화통일 되면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숙청 대상 1호…기독교만 북한 이길 수 있어"]라는 글을 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수면부족 상태에서 일어난 추돌사고 얘길 하며, “아무튼 자네는 자네의 추구대로 가시게. 더 이상 같은 논제로 상대를 바꾸어 볼 생각은 하지 않겠네.” 끝을 맺었습니다. 형님의 대화를 끝맺는 말씀에 나는 많이 실망했습니다. 이렇게 그냥 끝맺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인데 형님에게도 동생과의 대화가 엄청난 스트레스인 것 같네요. 상대를 바꾸어 볼 생각은 하지 않더라도 서로 다른 입장에서 상대방은 어찌 생각하는지 궁금해질 때는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 오히려 형님과 이런 대화를 통해서 서로 꽉 막힌 오해속에 별난 인간 취급하는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희망을 갖는다는 점에서 즐거운 일이지요. 이곳 소성리에서의 삶은 가장 스트레스 지수가 낮은 삶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톡으로 글을 쓰는 중에 (전송버튼을 누르기 직전) 다시 형님의 톡이 울렸습니다.

(형님도 이렇게 끝맺는 게 안타까웠을 겁니다. 그래서 끝맺는 말을 쓰면서도 “안타깝더라도 말일세.”라고 덧붙이고, “그래도 혈육인 걸 어쩌나” 하시면서 또 하나의 글을 전해주셨지요.)

[(펌)조국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김영도]라는 ‘가짜뉴스를 퍼나르는 톡’이었습니다. 


형님은 “내가 듣는 이런 세상이 다 가짜뉴스라는 것인가? 요런 건 차치하고 무시해 버리는 건 아닌가?”라고, 또 이어서 “가짜라는 자네의 말이 어쩐지 내 생각은 생각할수록 바위에 계란던지기라 그만 둘라네.”라고 하면서, 마침표를 찍어 보냈습니다. 

[(펌)조국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김영도]에 대해서 제가 짧게 몇 마디 했지만 형님이 한탄하듯 마침표를 찍어보내며 하신 말씀으로 보아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얘기였을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도 형님의 한탄이 계속 머리에 남아 울리고 있습니다. “내가 듣는 이런 세상이 다 가짜뉴스라는 것인가? (형구 너는, 동생들은) 요런 건 차치하고 무시해 버리는 건 아닌가?” 


오늘 아침 진밭교아침평화기도회에서 읽은 성서정과는 마가복음 2장 1~12절 말씀이었습니다. 예수의 치유기적을 바라며 중풍병자를 메고 온 네 친구의 이야기였습니다.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예수 앞에 가는 길이 막히자 지붕위로 올라가 지붕을 뚫고 내려뜨린 얘기지요. 교회를 다니지 않는 형님도 한 번쯤 들어본 얘기였기를 바랍니다.



나는 오늘 말씀을 읽으며 중풍병에 걸린 사람을 생각해봅니다. 오늘날 가짜뉴스의 홍수에 사로잡혀 이성이 마비된 사람들이 마치 중풍병에 걸린 사람들처럼 불쌍하게 생각됩니다. 그들을 가장 진실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수앞으로 내려주고 싶습니다.


형님이 전해준 글이 얼마나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지 궁금해서 <조국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김영도>로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림에서 보듯이 수많은 사람들이 그 글을 저장해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링크를 따라 들어가보면 그 글을 저장해 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 비슷한 종류의 글과 영상들을 쌓아두고 있는지...

아마 저들이 전해주는 그런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누구라도 그 이야기의 진위를 가려볼 시간조차 내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찌라시들에 파묻혀 증권투자로 폭망한 사람들처럼, 주위에 온통 이런 이야기만 난무해서 이성적 사고가 마비된 사람들. 그들을 중풍병자로 비유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입장 바꿔 생각하면 형님도 동생들이 중풍병자가 된 게 아닐까 걱정하시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잘못된 신념에 사로잡혀 형님이 알게 된 진실을 외면하고 이성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중풍병자.

아무튼 형님과 저의 공통점은 중풍병자를 불쌍히 여기는 그 마음 아니겠어요?

그 옛날 빨치산 토벌대로 근무했던 아버지와 인공치하에서 리인민위원장으로 부역했던 큰아버지가 서로 도와 가족들을 전란에서 지켜냈던 것처럼,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서로 지켜내는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형님과의 이런 대화에 아직 마침표를 찍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형님에게 몇 차례 더 편지를 쓸 생각입니다.

형님이 듣는 그 세상에 대해 무시하지 않고 나름대로 얘기해 보려 합니다.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매몰되어 버리는 게 아니라 (그 이야기들의 진위를 파악하는데 시간을 바치는 게 아니라), 그런 얘기가 횡행하는 세상에서 벗어나서 그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이미 첫 번째 편지에서 내비친 바 있지만 형님이 듣는 그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두려움을 갖도록 유도하고 그 두려움으로 인해 어떤 행동을 하도록 선동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어떤 두려움입니까?

바로 “우리나라가 적화통일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이지요.

형님에게도 이런 두려움이 있는지요?

다음 편지부터는 “적화통일 될까봐 걱정되세요?”라는 제목으로 이어가겠습니다. 

부디 단숨에 읽어치우지 마시고, 시간 날 때 천천히 다양한 입장에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형님도 지붕을 뚫고 중풍병자를 예수앞에 내려놓은 친구들 같은 마음을 품고 제 편지를 읽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