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글/보수유투버에 귀기울이는 형님께

형님에겐 죄가 없습니다. (2020.01.14)

도덕쌤 2020. 1. 20. 13:46

엊그제 밤에는 건강을 챙겨주는 전화를 주시더니 오늘은 친절히 동영상도 보내주시고 톡으로 말을 건네주셨네요.

오랫동안 대화가 단절되었던 형님이 이제 본격적으로 저와 대화를 원하시고 있다고 생각해도 되겠는지요?



먼저 형님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형님에겐 죄가 없다는 것입니다. 형님이 동생들을 계도 못한 것은 죄가 아니라 당연히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형님은 옛날부터 동생들을 계도할 생각이 없었잖아요? 또 생각이 있었다 하더라도 형님보다 더 깊고 넓은 판단능력을 가진 동생들을 어떻게 계도할 수 있었겠습니까?

오히려 형님은 누군가를 계도하려 하기보다 형님이 지금껏 알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진실에 부합한 것인지, 더 깊고 넓게 공부하는데 힘써야 마땅할 것입니다. 제 얘기에 자존심이 상한다면 이어지는 질문들에 답해보세요.


형님은 우리나라의 주적이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정혜의 생각이 잘못된 생각이라고 판단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북한이 왜 우리의 주적이 되었는지요?

북한이 독재국가라서요? 우리도 독재국가였잖아요? 북한이 공산주의 국가라서요?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 러시아, 베트남하고도 우리는 지금 잘 지내고 있는 중 아닌가요?

우리가 아직 휴전중인, 전쟁하다 잠깐 쉬고 있는, 그러니까 아직도 전쟁 중인 상대가 북한 아니냐고 하겠지요? 그래서 형님은 북한과 계속 전쟁을 해서 한쪽이 폭삭 망하고 한쪽이 이겨버리는 결말을 맺고 싶은가요?


나는 형님께 묻고 싶어요. 북한과의 전쟁은 왜 하게 되었습니까?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여지껏 질질 끌어오게 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북한이 1950년 6월 25일 새벽 기습적으로 남침하여 벌어진 전쟁이라고요? 어떻게 그렇게 유치한 답변으로 만족할 수 있습니까? 북한이 불과 3일만에 서울을 차지하고 한달만에 낙동강 이북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게 군사력의 우위로만 설명할 수 있는 문제입니까? 남북한의 전쟁은 남한과 북한이 각각 주체가 되어 우리끼리 치고받은 전쟁이 아닙니다. 이건 마치 비열하기 짝이 없는 선생님이 학생 둘을 마주 보게 해놓고 서로의 뺨을 갈기도록 강요하여 점점 더 뺨때리는 강도가 더욱 격렬해지도록 만들어가는 모습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적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서로 전쟁을 하도록 부추기고 평화의 길을 방해하는데 골몰하는 미국이 당연히 첫번째 적으로 지목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서로의 뺨을 갈기다가 상대를 KO시키는데 골몰하기보다는 우리로 하여금 서로 뺨을 갈기도록 만드는 비열한 선생에게 반항할 일 아닌가요?


한 걸음 더 나아가 보고 싶네요. 내가 북한의 공산주의 체제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지 궁금하지요?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어떤 사회체제를 이상적인 체제로 생각한다고 해서 우리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게 그 사회체제를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두 개의 나라로 따로 굴러가고 있는데, 남의 나라의 권력체제가 어떻게 세워지는지 간섭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왕조국가인 사우디하고도 선린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앞서 말한 것처럼 공산주의 국가인 러시아, 중국, 베트남하고도 선린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 사회에서 벌어지는 권력투쟁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비열한 것인지 비분강개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면, 나는 거꾸로 우리에게는 그런 모습이 없었는지 반성하는 게 차라리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 나라의 사회체제가 바람직한 사회체제인지 평가조차 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나는 북한사회가 실제 어떻게 조직되고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잘 모릅니다. 도덕교사로서 북한에 대해 가르쳤었지만 그것은 남한 정부가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보여준 정보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탈북민이 전해주는 이야기도 국정원에 의해 통제된 정보지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북한에 대해서 더 넓고 깊게 알고 싶습니다. 북한이 스스로 선전하는 자료들, 북한을 다녀와서 각자 자신의 시각에서 전하는 이야기들, 북한이 스스로 자신의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교과서 속의 이야기들이 북한을 더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노력하지 않더라도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외교사들만 살펴봐도 알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냥 역사상의 사건들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살펴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논리적인 사고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북한 사회에 대한 나의 평가는 국가보안법에 저촉될 만한 것입니다. 고무찬양죄에 걸리겠지요. 형님은 북한이 아니라 북한 정권을 비난하며 자신들은 호의호식하며 주민들은 굶겨죽이는 나라라고 얘기했었지요? 그러나 내 생각은 다릅니다. 북한주민들을 굶겨죽이는 자들은 북한정권이 아니라 미국입니다.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게 경제활동을 봉쇄당해 온 나라입니다. 625전쟁으로 석기시대로 돌아갔던 북한이 1960년대까지 남한보다 형편이 좋았다고 통계가 말해줍니다. 고난의 행군을 거쳐 가장 극단적인 경제제재가 행해지는 지금도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세계 제1패권국가 미국과 맞서고 있다는 것 자체가 경탄을 금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다시 생각해 볼 일이지요. 우리처럼 돈 버는데 미쳐 있는 사회라면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휴전 이후 북한은 줄곧 평화통일을 얘기해 왔고 평화협정을 통해 종전으로 나아가길 희망해 왔다고 합니다. 이승만 시절 조봉암을 간첩으로 몰아 사형시켰던 근거가 남북대화, 평화통일을 주장했다는 것 아니었습니까? 해마다 되풀이되는 전쟁연습은 누가 얼마나 자주 어떤 작전 계획을 연습하고 있는지 남북의 모든 전쟁연습을 객관적으로 조사해봐야 할 일입니다.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평화에 대한 소망이 남북한 중에 어느 쪽이 더 절실한가, 형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왜 평화운동을 하는 이들을 종북좌익으로 몰아가는지 다시 생각해보면 북한이 바로 평화를 원하는데 그들이 바라는 평화를 얘기하기 때문 아닐까요?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그 외에도 숱한 분쟁들에 대해서도 더 깊고 넓게 바라보길 바랍니다. 남북한이 전쟁연습을 하던 중에 발생한 일들입니다. 그 사건의 전말이 속속들이 공개되었나요? 수많은 증거들이 군사비밀로 분류되고 감추어진 상태에서 우리는 국방부가 주장하는 것들만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건의 억울한 희생자들이 사건의 진실을 캐고자 노력하여 밝혀낸 증거자료들, 그분들이 제기한 의문에 대해서는 애써 덮어버리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