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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습작시

똥 묻은 개

도덕쌤 2024. 12. 9. 14:58

[똥 묻은 개]

 

똥 묻은 개가 걸어간다.
떨구어 내지 못한 똥이 말라 붙어서
하얗게 바래지도록
비바람이 씻어내지 못한 흔적들이 
속으로 스며들어
그 이름을 완성한다.
"똥강아지!"

"똥강아지! 이 똥강아지 같은 것들아!"
얼마나 짖어댔던가
수많은 똥강아지들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며 그렇게 짖어댔지만
따라 짖는 개들은 찾아볼 수 없구나
한 놈 짖으면 온동네가 따라 짖는다더니 헛소리였나?

헛소리? 
무엇이? 따라짖는 게 유구한 전통이란 얘기가?
아니면 나의 부르짖음이?

도축업자의 눈빛은 - - -
똥강아지들의 입을 닥치게 하는 특별한 힘을 갖고 있지.
무엇이든 헛소리로 만들어 버리는 힘을 갖고 있지.
새로운 품종의 개들을 창조해 내는 신비의 힘을 갖고 있지.
이름하여 "겨묻은 개"

오늘도 나의 부르짖음은 
똥묻은 개, 겨묻은 개 나무라는 소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