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골목길을 이주민 소녀가 지나갔네
동남아 어디쯤에서 온 소녀일까
말을 걸지 못했지만, 걸고 싶었네
어디서 왔니?
무슨 일을 하고 있니?
이 땅에 와서 무엇을 깨달았니?
차별이 배어 있는 이 땅에 와서 무엇을 얻었을까?
평소엔 그냥 지나쳐 넘길 일상인데
순간, 이게 무슨 감정인가
내 안을 들여다 보았다네
그때서야 소녀의 안경이 보였지
안경 낀 소녀의 모습에
말이 통할 것 같다 생각했나봐
세상 윤곽이 흐릿해지고
상대방의 얼굴이 몇 겹으로 보이기 시작했을 때
나도 안경을 쓰기 시작했었네
안경을 낀다는 것
세상을 명확하게 보고 싶다는 얘기 아닌가?
세상을 바로보고 싶다는 것
진실을 추구하는 선한 본성 아닌가?
그래
나는 안경을 낀 이들에게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거야
안경 쓴 내 모습에 만족했던 이유도 그랬던 거지
이승만도 김구도 안경 낀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었는데
세상에 안경 낀 이들이 모두
모두가 진실을 추구하며 살진 않는다, 알면서도
나는 안경 낀 이들을 향한 내 편견을
버리지 않기로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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