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바위 얼굴 얘기를 국민학교에서 들었다.
호손이라는 사람의 동화같은 얘기였지.
그 얼굴을 닮은 사람이 나타나
세상을 인자하게 감싸주기를 기다리며
날마다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했지.
바라보고 또 바라다 보는 중에
그 얼굴을 닮은 사람이 되었다 했어.
그러나
바라보고 바라다 보는 대상이
큰바위 얼굴만 있는 게 아니었구나.
미워하고 또 미워하며
사라져라 사라져라 죽도록 싸워 온 대상
그 악귀 같은 얼굴들을
지겹도록 바라보며 싸워 왔구나.
어느 새 그 악귀 같은 모습이
나에게도 새겨져 있었구나.
어느 새 그 짐승 같은 모습이
나에게도 새겨져 있었구나.
흐르는 피눈물을 닦아내면서 기도하노라.
싸우다가 닮아간 악귀같은 모습 벗어던지고
성현들의 모습만 닮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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