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백/어쩌다 쓰는 일기

국가가 조폭이냐? 사유재산 갈취하여 누구를 배불리나? 장위동 7구역 철거민을 응원합니다

도덕쌤 2018. 5. 15. 14:47

♣ 열흘 전쯤인가 어린 아이를 죽인 범인으로 쫓기는 꿈을 꾸었습니다. 동생 은총도 언젠가 말도 안되는 그런 꿈을 꾸었다고 했었는데, 오누이가 연속해서 그런 꿈을 꾸게 되니 이게 무슨 계시일까 생각에 잠기게 되었지요.

(그렇다고 해몽을 해주려고 애쓰지는 마십시오. 이미 친절한 인터넷이 해몽을 해 주었답니다.)

♣ 교회에서 맡고 있던 일을 정리하느라 잠시 서울에 다녀왔었습니다. 서울에 올라간 둘째날, 메이데이, 청와대앞 1인시위에 참여했습니다. 토지강제수용철폐를 호소하는 1인시위였어요.

청와대앞 공원에는 억울한 사연들을 호소하는 1인시위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날 제가 있던 시간에 1인시위를 하던 분들을 사진으로 모두 기록했습니다. 많은 사연이 토지강제수용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 백 가지도 넘는 법률이 공익사업이라는 허울좋은 핑계를 내걸고 힘없는 사람들의 집과 토지를 빼앗고, 세입자들의 권리금을 강탈하여 탐욕스런 자본을 살찌우고 있습니다. 강제로 수용했으면 보상이라도 충분히 해줘야 하는데, 덧붙여 얹어주기는 고사하고 가진 자들에게는 세금을 엄청나게 깎아주는 기준이 되고 없는 자들에게는 그나마 있던 재산 절반을 갈취해가는 수단에 불과한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보상을 다했다고 말합니다. 

아직 충분히 살 수 있는 집들을 허물고 아파트를 짓겠다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강제로 몰아내는 재개발, 공장을 짓겠다고, 도로를 만들겠다고, 심지어는 골프장을 만든다고 사유재산을 갈취하여 터무니 없는 가격에 강제수용하고 있습니다. 개발의 이익은 결코 쫓겨난 이들에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국가가 조폭입니다.

♣ 어쩌다 대기업의 땅이 강제수용의 대상이 된다고 해도 대기업은 그렇게 당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결코 이 나라에서 손해를 보는 일이 없습니다. 사드기지로 탈바꿈한 롯데골프장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국방부는 롯데를 위해 토지 맞교환이라는 방식으로 사드부지를 확보했고, 대신 내주기로 한 땅은 아직도 부대가 이전을 하지 못해서 다달이 임대료라는 명목으로 몇 억을 롯데에 바치고 있는 중입니다.

국방부가 롯데에게 했던 그 방식대로 다른 모든 사업을 진행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국가가 조폭이니까요.

♣ 1인시위를 하고 있던 중에 장위동 뉴타운 7구역의 끝까지 갈 곳 없다며 버티고 있는 철거민들을 강제로 몰아내기 위한 강제집행이 시작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 절박한 부름에 응답하지 못하고 내려오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저 약자의 등골을 파먹고 사는 삶의 방식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묵상에 잠겨, 고통받는 이들, 소외당한 이들의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이시는 하나님께서 지켜주시기를 간구하였습니다.

 

 

 

 

 

소성리로 내려와서도 내내 장위동 소식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어제 소식에 의하면 이제 옥상마저도 철거용역들이 차지하고 이렇게 쫓겨날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은 십자가 첨탑위로 쫓겨 있습니다.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휴대폰의 밧데리마저 공급하지 못하도록 차단당한 그곳. 교회 십자가 첨탑위에 쫓겨올라가 예수님처럼 매달린 우리의 이웃.

 

 

 

 

 

 

 

 


♣ 다시 꿈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왜 하필 어린아이를 죽이고 도망치고 있었을까? 사드를 끌어들이는데 앞장 섰던 매국노도 아니고, 세월호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유족을 조롱하던 악마같은 놈도 아니고, 왜 하필 힘없는 어린아이였을까?

제 안에도 가장 연약한 이들을 짓밟고 그들의 희생을 통해 연명하고자 하는 악마성이 깃들어 있음을 철저히 반성하라는 계시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분노는 과녁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을 깨닫습니다.

가정폭력, 여성혐오, 아동학대, 동물학대... 이 모든 일들이 분노의 화살을 엉뚱한데 돌린 죄가 아니었을까요? 

모든 전쟁은 가장 연약한 이들의 희생을 먼저 요구합니다. 

가장 연약한 이들의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이시는 하나님과 멀어진 제 모습을 다시 한번 소스라치게 발견합니다. 

부디 이 나라가 가진 자들을 더 배불리기 보다 연약한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에 관심을 갖기를 기도합니다.

조폭 국가가 아니라 하나님의 법을 실현하는 그런 사회를 위해 십자가를 짊어지겠습니다.

아직도 갈길이 멀고, 법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휘둘러대는 이들로 인해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주 겪고 있지만, 지금은 하늘나라 운동이 열매를 맺어가는 시간, 동학에서 말하는 다시 개벽의 시대임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