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백/어쩌다 쓰는 일기

경주월성 탈핵순례(2017.02.28)

도덕쌤 2017. 3. 4. 02:11

[잘가라! 핵발전소 10만 서명 기독교 본부]가 주최하고 [예수살기]가 주관하여 진행한 "경주월성 탈핵순례"를 다녀왔다.

멀고도 먼 길. 다섯 시간이 넘게 걸리니 휴게소도 두 번씩 서야 하고, 따라서 시간은 더 많이 지체되고, 허리 아픈 분들이 꽤나 고생한 하루였다.


원자력홍보관 앞 주차장에 내리니 대뜸 눈에 띄는 현수막이 있었다.

"당신은 방사능 피폭 위험지역에 들어오셨습니다."

섬뜩한 문구였다.

이 위험지역에서 날마다 사는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일까?

그래도 진부령 식당의 점심은 맛이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대구,부산,거창의 예수살기 동지들도 반가웠다.

곧이어 준비해 온 플래카드를 걸고 기도회를 시작했다.

(↑)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사무총장의 사회

(↑) 월성원전인접주민이주대책위원장님 인사말씀

(↑)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사회위원장 윤혜숙님 기도

(↑) 부산예수살기 박철님 연대 발언

(↑) 김경호 상임대표님 설교

(↑) 함께가자 우리 이길을!!!


기도회 순서순서마다 감동이 있었다. 

비록 설교와 연대사가 내용이 서로 바뀐 듯했지만, 두 분 목사님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었다. 

핵발전, 왜 문제인가? 다시 한 번 새기는 시간이었다.

원전마피아들은 만들어진 전기만 팔아 수익을 챙길 뿐, 사고가 일어나도 그 보상과 책임에서 벗어나 있단다. 원전의 수명이 다해 폐기하더라도 그 매몰비용은 다시 국가의 책임으로 남게 되고, 가동기간 중 발생한 각종 쓰레기 처리 비용도 모두 국가의 책임이란다. 원! 세상에! 원전의 건설에서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그 관리책임까지도 모두 원전회사에 떠맡기면 어느 회사가 원전을 건설하려 할까? 길게 잡아 50년 가동하고 100만년을 책임져야 하는 원전을 어느 회사가 세우려 할까?

핵발전 산업과 관련하여 이 모든 비용을 원전운영회사가 책임지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만들어야겠다. 국가권력의 뒤에 숨어서 단물만 빨아대는 마피아들을 그렇게 내쫓을 수 있다면 좋겠다.


2부 순서로 [주민과의 간담회] 시간을 가졌다.

신용화 주민대책위 사무국장과 황분희 부위원장의 말씀을 들었다.


나아리의 모든 주민에게서 삼중수소가 검출되고 갑상선암 발병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 높은 현실. 매일 오염된 먹거리와 식수 속에서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가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이제 이곳으로 이주하여 오지 않고, 빈손으로 나가서 살 길이 없으니 천천히 죽어가는 것이다. "죽기전에 살곳 찾자"고 나선 주민대책위는 한수원에 나아리 주민들의 땅을 매입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경주시장은 한 번도 주민들을 찾지 않았다. 주민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사람들은 원전의 엉터리 주장만 믿고 주민들을 보상금을 바라고 떼쓰는 사람들로 오해하기도 했다. 얼마나 그동안 외로운 싸움을 해왔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삼중수소라는 방사능 물질이 체내에 축적되어가는 아이들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주민들의 고통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골프장을 공익시설이라며 힘없는 국민들의 땅을 강제 환수하여 민간사업자에게 안겨주는 국가가, 도저히 살 수 없으니 원전 반경 2K 이내의 모든 땅을 환수하고 이주대책을 세워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는 외면한다.국가가 깡패나 다름없다.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의 직원들 숙소는 5K나 떨어진 곳에 지었다지?

간담회를 마치고 해변으로 나아갔다.

동해바닷물은 여전히 맑고 갈매기들도 아름답게 날고 있는데, 이 해변에서 과연 마음놓고 해수욕을 즐길 수 있을까?

그 와중에도 봄꽃들은 다투어 피고, 그래서 주민들의 아픔이 더욱 외롭게 느껴진다.

원전 때문에 해안도로가 막힌 주민들로서는 이 터널이 유일한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출구라는데, 지진으로 만일 터널이라도 막히면 그때는 정말 어쩔 것인가?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일이 생길까 걱정하는 주민들에게 한수원은 겨우 철강빔으로 건물벽을 보강하는 작업으로 눈가림을 하고 있단다. 


피폭의 위험이 있는 작업은 모두 비정규직에게 떠넘기며 자기들은 안전한 곳에서만 일하고 있는 한수원. 

주민들은 위험지역에 두고 자기들 숙소만 안전지역에 건설한 한수원. 

걱정마라! 걱정마라! 안전하다! 안전하다! 노래부르며, 수명 다한 원전을 계속 굴리겠다는 한수원.

한수원의 본사 건물과 사택은 물론, 경주시청, 경주시의회 까지, 원전에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하고, 그 뒤쪽으로 주민들의 생활터전을 자리잡게 강제하는 법안을 만들 수 없을까?

핵발전쓰레기 처리는 물론 폐기 원자로의 관리 비용까지 모두 한수원 부담으로 지울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