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백/어쩌다 쓰는 일기

인도영화 "PK"를 소개합니다 (소성리영화감상실에 놀러오세요)

도덕쌤 2020. 5. 5. 09:51

함께 영화를 볼 사람들을 꼬시려고 글을 쓰게 되었다. 
새마갈노에 연재할 글인데 먼저 이곳에 올린다.

 

+++++

학교를 그만둔지 오래 되었지만사드저지 기독교 현장기도소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지면서가끔은 옛날 학생들 앞에서 외로워했던 그 감정을 떠올리게 된다.

 

도덕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난 따분한 교과서 다분히 사상통제의 의도가 숨어 있는 그 교과서를 벗어나고자 애썼다.

그래서 주제중심 탐구학습으로 수업방식을 바꾸고 <물음표(?)에서 느낌표(!)까지>를 내 수업의 구호로 삼았다.

DAUM에 개설한 내 블로그의 간판도 바로 이 구호였다.

하지만 수업주제는 누가 정하나?

학생이 아니라 교사인 내가 만들어 준 질문이 대부분이었지.

결국 학생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따분한 교과서 다분히 사상통제의 의도가 숨어 있는 교과서를 벗어나지 못한 셈이었다.

나는 거룩할 성()성인(聖人)들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덕적이지 못한 사회그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어찌해야 도덕적인 사회와 사람들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를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갖고 있었다.

당연히 내가 정한 학습주제는 이 물음과 연관된 주제들이었지.

학생들이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었겠어?

나는 인간수면제라는 별명을 달고 살아야했다.

이 별명에서 벗어나려고 생각해낸 수업방법 중 하나가 영화감상토론수업이었다.

 

물론 선택된 영화들이 일반적으로 대박난 영화들은 아니었다.

지금도 윌리엄골딩스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영화화한 [파리대왕]과 해월 최시형의 도바리 인생을 그린 [개벽], 1999년 SBS창사특집극 [아들아 너는 아느냐?], 2001년 개봉 미국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원제 Pay It Forward)] 등이 생각난다.

학교를 그만두기 몇 년 전에 개봉된 인도영화 [세 얼간이]도 있구나.

보통 10개 학급에서 열 번은 함께 보았으니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다.

아무튼 학생들이 졸지 않고 수업에 집중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내가 깨달은 것은 모든 사람이 다 관심을 갖는 문제는 없다는 것이었다.

영화보다도 자신의 관심사에만 골몰하는 친구들도 있는 것이다.

재밌는 장면에서 터져 나오는 친구들의 탄성에 화들짝 놀라 무슨 얘기였는데?” 뒤늦게 시선을 집중하는 친구들은 물론아무리 친구들의 반응이 커도 그런 친구들을 비웃으며 영수 문제풀이에 골몰하던 친구들까지.

 

기도소 컨테이너를 리모델링했다.

침실 겸 창고 역할을 한 공간을 고시텔처럼 바꾸고예배실은 대여섯 명은 넉넉히 앉아서 쉬어갈 수 있도록 정리했다.

그냥 맥없이 들어와 쉬고 갈 사람은 없을 것 같아 컴퓨팅이나 영화감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거금(?)을 들여 스마트빔을 구입하고 스크린을 설치했다.

  

 

영화감상을 통해 사드저지투쟁 과정에서 만나는 동지들이 가슴속에 담아둔 질문들이 무엇이지 서로 나누는 기회가 되기를 빌어본다.

 

소성리에서 함께 볼 영화를 소개합니다.

제가 그 영화에서 캐낸 질문들, 자가발전한 질문들을 몇 차례에 걸쳐 나누고자 합니다.

관심이 생기시면 소성리로 오세요. 함께 봅시다.

 

 

 

소성리영화감상실 운영을 꿈꾸며 거금을 들여 스마트빔을 구입했다.

스마트빔 시험가동을 하면서 소성리에서도 함께 볼 영화로 제일 먼저 추천하고픈 영화를 틀어봤다. 러닝타임이 길어 스마트빔의 성능을 알아보기에도 적합한 영화였다.

바로 [PK / 별에서 온 얼간이].

 

인도영화의 특징은 런닝타임이 매우 길다는 것이다.

아마 나처럼 자잘한 배경 설명까지 하느라 길어진 것일게다. 게다가 뮤지컬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뮤지컬이 질릴 만큼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어떤 이들은 그래서 인도영화를 멀리한다고.

그런데 이 영화에선 오히려 뮤지컬 부분이 매우 길어질 내용을 간추려 전달하는 느낌이다. 특히 주인공 PK가 신을 찾아 방황하는 장면이 그렇다.

 

우선 줄거리부터 소개해야겠지?

그러나 영화를 함께보자면서 미리 다 얘기해버리면 재미없잖아?

그래도 유투브나 네이버보다는 조금만 더 친절하게, 자세하게... ?

 

주인공을 등장시키는 장면부터 SF영화인가 착각을 일으킨다. 우주선을 타고 날아온 외계인. 그러나 ET나 맨인블랙의 외계인처럼 생긴 게 아니고 사람과 똑같이 생긴 외계인이다.

나레이션은 여자주인공 자구(배우: 아누쉬카 샤르마)의 목소리로 진행되며,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와서 자구가 [PK]란 제목의 책을 쓰고 북콘서트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얘기가 지금까지 본 영화라는 걸 알게 된다.

 

제목을 알려준 다음 장면은 그때까지 본 외계인 얘기는 빠지고 여자주인공 자구와 파키스탄 유학생 사파라즈의 짧은 사랑과 이별을 보여준다.

실연의 상처를 가지고 델리로 돌아온 자구가 방송기자로서 취재활동 중 PK와 조우하는 장면부터 영화는 본격적으로 관중을 빨아들인다.

PK를 취재하는 중 듣게 된 PK의 사연.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를 믿을 수밖에 없게 된 자구는 PK를 돕게 되고 그 과정에서 PK는 자구를 사랑하게 된다.

이런 진행과정 안에서 PK는 천진하고 기발한 언행을 통해 신랄하게 종교인들을 고발한다. 아마 작가가 영화를 통해 얘기하고픈 핵심이 바로 이 종교 비평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모든 재밌는 이야기의 단골메뉴, 사랑에 대해서도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보태 관객을 끌어모았을 거다.

그리고 마지막 이별. 마지막엔 PK가 고향별에 돌아가고, 이야기 끝에 후일담이 덧붙여진다.

 

[영화에서 캐낸 질문]

 

외계인은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

 

외계인이 왔다.

사실 이것은 이 영화의 설정이다. 작가가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위해 사용한 도구일 뿐 SF영화를 찍으려 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영화의 중간쯤에 자구의 취재 대상이 된 PK가 유치장에서 들려준 고백을 통해 외계행성인과 지구인의 차이가 드러난다. 그리고 지구에 첫발을 디딘 외계인의 시각에서 지구인(좁혀 말하면 인도인)의 문화, 관습이 새롭게 조명된다. 마치 말을 배우는 천진난만한 어린이가 어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자신이 이해한 방식으로 설명하고 질문하듯이, 툭툭 내뱉는 PK의 대사마다 촌철살인의 문화비평이다. 이게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이다.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위해 이쯤에서 퀴즈 하나. '춤추는 차'가 뜻하는 것은?)

 

영화는 이런 문화비평을 위해 외계인이란 설정을 끌어들였지만, 난 갑자기 진짜 궁금해진다.

외계인은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

다른 것들을 차별(무시와 혐오)하는 이유는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외계인 얘기를 다루는 영화들은 그래서 외계인과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는 영화(이를테면 ET나 맨인블랙)조차 외계인의 모습을 파충류나 벌레의 모습으로 그리기도 한다.

우리는 낯선 것들을 어떻게 대하는가? 어떻게 다루는가?

우리는 우리와 다른 것들을 어떻게 대하는가? 어떻게 다루는가?

외계인이 우리와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은 과학적 탐구영역의 질문이 아니라, 사실은 다른 것을 틀린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자성(自省)을 위한 질문이다. (나도 이런 질문을 받아야 할 사람이다.)

 

PK는 지구에 완벽하게 적응한다. 그게 단순히 생김새가 똑같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구에게 드러내는 PK의 사랑, PK를 통해 깨닫는 진정한 사랑이 PK가 지구에 완벽하게 적응했음을 증명한다.

영화는 사랑이야말로 우주 공통의 덕목임을 주장하고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