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민중가요페스티벌에서 연영석의 「간절히」를 지민주의 버전으로 들으면서 연영석의 목소리로 다시 듣고 싶었다.
https://youtu.be/t-7blyOQ7Pw?si=-r-z0f0fnLiVSjaS

 

"누구는 뺏고 누구는 잃는가? / 험난한 삶은 꼭 그래야 하는가? / 앞서서 산 자와 뒤쳐져 죽은 자 / 그 모든 눈에는 숨가쁜 눈물이 / 왜 이리 세상은 삭막해 지는가? / 아, 나는 오늘도 간절히 원하지" 노래의 가사가 묻는 그 질문이 어린 시절부터 내가 품고 살아온 물음이었기에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얼마나 찌릿찌릿 했는지...  소성리 진밭교에서 아침기도회를 하거나, 산에 올라 철조망에서 외치는 기도를 하거나, 사드기지 정문 앞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가끔 이 노래를 앰프로 내보냈다.
"누구를 밟고 어디에 서는가? / 왜 같은 우리가 달라야 하는가? / 살아남기위해 그렇다 하지만 / 그 모든 눈에는 고독한 눈물이 / 왜 이리 갈수록 지쳐만 가는가?"
이 땅에 사드를 가져다 놓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무슨 생각으로 가져다 놓았는가? 
전쟁으로 먹고 사는 무리들이, 무기를 팔아먹고 사는 무리들이, 무기가 필요하다, 더욱 강력한 무기가 필요하다고 사람들을 세뇌시키며,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하등 이상할 것 없는 상태를 만들어, 몇 십 년을 유지시키고 있는 땅이 이 나라다.
그들은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었음에도 언제나 그 길을 막고 힘의 대결로만 치닫게 해 오고 있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전쟁으로 먹고 사는 무리들의 장단에 춤을 춘다. 
살아남자면 어느 정도 피해는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달래면서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타협하자고 달래면서 우리 등에 빨대를 꽂는다. 
결국 그렇게 성주와 김천의 경계, 가장 작은 마을 소성리에 사드를 배치했다. '임시'라고 강조하며 가져다 놓더니 몇 십 년을 가도 끄떡없는 기지로 만들어가고 있다. 
나는 그곳에서 7년을 싸웠다.
나는 어떤 간절함으로 연고도 없는 그곳에서 버텼을까?
연영석의 노래는 어떤 세상을 원한다고 말하고 있는가?
"내 할 수 있을 때 일하는 세상, 내 일한 만큼만 갖는 세상을" 원한다고 말하고 있다. 반복되는 후렴구에선  "내 마음 만큼 일하는 세상, 내 일한 만큼 갖는 세상, 내 마음 만큼 갖는 세상"을 원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새삼스레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 내가 간절히 원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내 마음 만큼 일하는 세상, 내 일한 만큼 갖는 세상, 내 마음 만큼 갖는 세상"은 가능한 세상인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이렇게 살 수 있는가? 이런 세상에서는 아귀다툼이 사라지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까? 
나는 세상을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이 판치는 곳이라고 생존이 최고의 미덕이라고 가르치는 사람들을 증오한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의 DNA는 그렇게 설계되어 있는가? [희생과 양보의 원리]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가르쳐 오면서 나는 "인간은 근본적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가르쳐 왔다.
그러나 나는 무능한 교사였다. 자기모순으로 가득한 교사였다. 체벌이 금지되는 상황으로 학교풍토가 바뀌어가는 가운데 나는 교직에서 물러나왔다.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 어떻게 폭력을 용인할 수 있는가, 이미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꿈꿔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그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가? 나는 이런 질문에 답해주지 못했다.
나는 다시 "내가 간절히 원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라는 질문부터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