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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간절히 원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라고 묻자 가장 쉽게 떠오른 대답은 "놀고 먹는 세상"이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데, 놀고 먹자니 뭔 개소리여?" 그렇게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소성리 진밭교 아침기도회에서 어느날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원합니다." 기도했다가 동지들에게 얼마나 비난을 들었는지... 일과 놀이의 차이를 깊이 생각하지 못했기에 들었던 비난이었다. 지금 다시 기도하자면 "모두가 놀면서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도할 것이다.
일과 놀이의 차이? 일은 놀이보다 더 넓은 개념이다. 놀이는 일인데, 놀이가 아닌 일은 있을 수 있다. (아니 어쩌면 놀이가 아닌 일만 일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은 아닐까?)
어제 소개한 연영석의 「간절히」는 "내 마음 만큼 일하는 세상, 내 일한 만큼 갖는 세상, 내 마음 만큼 갖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여기서 내 마음 만큼 일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나는 그게 논다는 말과 다를 게 없다고 믿는다.
하고픈 일과 하고 싶지 않은 일,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해도 괜찮은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의 분별이 중요하다. 사람들마다 그게 다를 것이다. 그 구별이 영구불변으로 일정한 것도 아니다. 하고 싶지 않았던 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게 되는 때도 있다. 무엇을 감수(甘受)한다는 말, 달게 받아들인다는 말이 있다.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인데도 스스로 견뎌내고 끝내 성취의 즐거움을 맛보는 것, 나는 놀이라는 말을 이런 지경의 일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싶다.
'놀고 먹는 세상'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만들어보자고 선동하면, 모두가 각자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아도 세상이 유지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걱정을 이런 질문으로 날려 보낸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만 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강요당하는 삶은 불행한 삶이다. 사람들에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강요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공자가 말했다지? 己所不欲勿施於人(기소불욕 물시어인).
이 말이 얼마나 뉘앙스가 다르게들 변주되고 있는지...
어쨌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 는 말로 알아들어도 무방할 것같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나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그 일이 누군가에겐 즐겨하는 일일 수도 있지 않겠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반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도 누군가는 하기 싫은 일일 수도 있지 않냐고.
사실 공자가 하고픈 말의 핵심은 서로를 '닮은 존재' 또는 '같은 존재', '평등한 인격체'로 대하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문제의 핵심은 '강요'에 있는 것이다.
공자의 말 중에 '施(베풀 시)'라는 글자가 강요를 뜻하는 글자라면, 난 공자의 말에 "己所欲이라도 勿施於人하라 (기소욕이라도 물시어인하라)"고 덧붙였을 것이다.
각 사람들의 '己所不欲'이나 '己所欲'들은 저마다 비슷한 점도 있겠지만 또한 다를 수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제발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자.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누가 그렇게 말하는데?
당신 스스로도 그렇게 믿고 있는 거야?
그렇다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 말하지 말고,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해!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럽지만, 끝내 해내고 나면 나는 너무 기쁠 거야!" 라고 말해!
당신 스스로 그렇게 말할 수 없다면,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당신의 믿음이 아니라 누군가의 강요에 의한 거라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대신에 차라리 죽어버리고 말자. 사람은 결국 죽는 존재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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