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백/어쩌다 쓰는 일기

고난주간 일기- 유성기업노동자들을 위한 기도

도덕쌤 2016. 3. 26. 01:02

월요일: 

<새벽기도회>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가 시작되었다.

목사님은 고난주간 시편의 순례자의 노래를 묵상하자고 하셨다.

시편 120편 묵상.

메섹에 머물며 게달의 장막 중에 머무는 것이 내게 화로다 / 내가 화평을 미워하는 자들과 함께 오래 거주하였도다

5,6절 말씀이 내 머리에 꽂혔다.

고난주간 내내 화두가 되어 줄 말씀으로 받아들여진다.

메섹, 게달의 장막이 어디인고?

오늘날 기복신앙에 젖어 맘몬에게 주님의 형상을 입히고 섬기는 대형교회들이 메섹이요 게달의 장막은 아닐까?

<생명평화시국기도회>

기장총회가 주관하는 생명평화시국기도회에 참석했다.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기도회 후에 행진을 시작하여 기아차고공농성장 앞에서 잠시 멈추고 기도를 드렸다.

다시 광화문 광장을 향해 나아가려는데 경찰이 막아섰다.

집회신고된 인원보다 숫자가 적어서 막는 것이란다.

예정된 예수살기수도권모임 총회 준비 때문에 거기서 빠져나와 식사를 하고 향린교회로 향했는데, 우리가 빠져나온 직후에 그곳에선 성찬례를 베풀었고, 그 과정에서 경찰들과 충돌을 빚었단다.

결국은 다시 길을 열어주어 세월호광장까지 행진을 하고 마무리 기도를 하고 해산하였다는데, 경찰들의 행태에 욕이 절로 나온다.

<예수살기 수도권 모임>

성찬의 사회적 의미를 주제로 김경호 목사님의 강의를 들었다.


화요일

<동부시립병원 호스피스 봉사>

여전히 발가락의 통증으로 호스피스는 미루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자꾸 빠지는 게 미안해서 참고 나갔다.

모처럼의 하모니카 연주. 환자들보다 봉사하시는 분들이 더 은혜를 받는다며 다음 주에도 꼭 나오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여러 병실을 돌며 연주를 했지만 특히 임종을 앞두고 햇살방으로 옮긴 환우와 가족을 위해 특별히 열심히 연주를 들려주었다.

젊은 환자의 부인이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


수요일

<세월호집회 관련 정식재판 2차 공판>

새벽기도회에 나가지 못했다. 새벽 알람소리를 듣지 못하고 30분이 지나서야 놀라 깨었다.

2차 공판이 있는 날.

어르신을 안전하게 보호해준다고 끌어다 격리시켜놓고 이제 안전하게 모셔다 준다고 하더니 느닷없이 체포연행했던 그날의 경찰들을 생각하면 언제나 다시 분노가 치민다.

재판정에서 향린교회 김균열집사님을 만났다. 역시 일반도로교통방해 및 집시법 위반.

어이없게도 김집사님은 현장에서 체포 연행되었던 것도 아니고 채증사진만으로 벌금 200만원을 물렸단다.

이미 차벽으로 차단된 도로에서 현장을 취재하는 프로듀서를 사진찍어 혐의를 씌운 것. 

세상에 이런 나라 이런 경찰이 어디 있담!

<십자가의 길 걷기>

오후에는 사무실에 있다가 저녁에 길찾는 교회가 주관하는 십자가의 길 걷기에 참여했다.

부당해고된 사회보장정보원과 KTX승무원들의 아픔을 함께나누며 진행되는 순례길이었다.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공작으로 죽음으로 내몰린 한광호열사의 추모를 위한 분향소 설치를 경찰들이 막고 물품을 탈취해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순례길은 충무로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코스였지만, 중간에 빠져나와 시청앞 유성기업노조의 연좌농성장으로 향했다.

추위를 피할 침낭, 깔개, 비닐. 그 어느 것도 반입을 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며 에워싸고 있는 경찰들을 보며, 10년 세월 동안 노조파괴 공작에 시달리며 우울증이 깊어진 노동자들의 삶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그들과 함께 밤새우지 못하는 내가 미안했다.


목요일

<촛불기도회>

예수살기 재정사업위원회 회의를 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전쟁반대와남북평화를위한256차촛불기도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긴급 유성기업분향소설치를 막고 있는 현장에서 [노조파괴-노동자 괴롭히기 중단, 유성-현대기아차 처벌 촉구 긴급기도회]가 열렸다.

앰프반입을 두고 또 경찰들과 씨름해야 했다.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고착당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간단하게 기도회를 마무리하고 다시 KT앞으로 가서 전쟁반대와 남북평화를 위한 기도회에 참석, 성찬과 행진까지 하였다.

외치는 기도를 드리면서 광장을 돌아 종합청사앞까지 인도로 행진을 했는데 막아서는 경찰은 없었다.

노동자들에게만 잔인한 이 나라 정권!

다시 시청앞으로 가고 싶었지만 기도회를 인도하느라 수고하신 목사님, 재정위원회를 위해 먼길을 달려오신 또 다른 목사님을 접대하느라 가지 못했다.

시청앞 광장에서 오들오들 떨며 밤을 새울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금요일

<성금요일 성찬예식>

오전엔 예수살기 사무국 회의로 분주했고, 저녁엔 성금요일 성찬예식 때문에 교회로 향했다.

그 시간에 시청앞에서는 유성기업 한광호열사 촛불추모제가 열리고 있었을 것이다.

제발 그들에게 침낭이라도 전해질 수 있기를 기도했다.

성찬례를 진행하고 있는 동안에도 내내 이 기도를 멈출 수가 없었다.

돌아오는 길 잠시 들러볼 생각을 했는데, 성찬예식을 마치고 돌아올 때쯤에는 벌써 추모제도 끝나고 헤어지는 시각.

퇴근길에 식사도 못하고 시청앞으로 나간 동생만 집에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동안 향린교회 교우들이 침낭을 전하려고 시청앞으로 나갔다가 또 경찰들과 부딪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 주여ㅠㅠ

"나는 화평을 원할지라도 내가 말할 때에 그들은 싸우려 하는도다"

주님, 노동자들의 삶을 짓밟는 저들을 벌하소서.

저들의 손과 발이 썩어가게 하시고, 그들의 입술이 부르트고 해어지게 하소서.

주님 이 땅의 노동자들이 곳곳에서 부르짖고 있습니다. 그들의 신음소리에 귀기울여주소서.

성금요일 주님께서 무덤에 안치되던 날처럼

깊은 절망에 빠져 있는 당신의 백성들을 돌아보소서.

무덤에서 부활하신 주님,

절망속에 빠져 있는 이 땅의 노동자들도 다시 부활하게 하소서.

"메섹에 머물며 게달의 장막 중에 머무는 것이 내게 화로다!"

이 땅에 당신의 나라 임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