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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날 금식하느라 힘든 모습이다. 목요일 아침, 병원을 가려고 추우니 옷을 입히려 하는데 입질을 하며 거부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냥 안아서 가방형 케이지에 넣고 차에 탔다.
서울은내과동물병원. 선생님이 전에 했던 수술 사례를 사진으로 보여주며 수술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수술동의서, 마취 동의서 등등에 서명을 요구했다. 수액을 공급하는 주사바늘을 꼽고 대기 중인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고 집에 와서 병원에서 올 연락을 기다렸다. 너무 이른 시간에 연락이 오면 참사가 벌어졌다는 이야기이기에 오후 3시 전에는 아무런 연락이 없기를 기도했고, 4시쯤부터는 '수술이 잘 되었으니 면회하러 오라'는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사진과 함께 연락이 왔다. 무사히 잘 마치고 잘 견디고 있단다. 병상 케이지에 적혀 있는 것들 중에 이름, 나이, 몸무게, 병명만 알아보겠고, 나머지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만 잘 했다니 얼마나 반가운가.
오후 6시 30분 면회 가서 선생님께 수술결과를 상세하게 들었다. 들어낸 자궁과 난소, 유선종양들이 담긴 트레이를 비롯해, 사진으로 보여준 수술장면들은 너무 끔찍해 보여서 기록으로 담지 못하고 케이지 안에 서 반가워하는 하모의 모습만 담고 왔다. 

부들부들 떨면서도 반갑다고 달려드는 하모. 통증을 견디며 내는 작은 신음소리와 그 떨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차라리 빨리 헤어지는 것이 하모에게 낫겠다 싶었다. 어쨌든 그 세 시간 반의 수술을 잘 견뎌낸 하모가 대견했다.

때마침 내린 폭설에 조심조심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오면서 하루가 얼른 지나가기를 ....
 
오늘 금요일. 5시쯤 면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하모가 걸어나왔다. 할렐루야! 
병원 의사나 간호사 선생님들이 하모가 매우 순하고 잘 견뎌냈다며, 식사도 잘하고 배변도 잘했다고 바로 퇴원하라고 했다.
일요일 오후에 가서 진통제 패치를 교체하고, 붕대도 갈아주기로 했다. 이제는 통원치료다.
먹이는 약과 간식을 받고 바로 퇴원했다.
당분간 산책은 못하겠지만 수술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얼마나 빠른 회복과정인지, 감사가 저절로 나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소파에 앉히고 수건으로 감싸서 쉬게하려고 하였는데, 펄쩍 뛰어내리더니 배변판으로 가서 소변을 보고 와서 바닥에 앉는다. 가슴과 배를 Y자 형태로 크게 절개하는 수술이었는데 저렇게 뛰어내려도 괜찮은지 걱정되어 다시 안아 올리고 수건으로 감싸서 토닥여 주었다.
한참 코고는 소리를 내더니 식사하는 소리에 깨어났다. 사료에 받아온 간식과 약을 섞어서 주었더니 바로 다 먹고 먹을 것을 더달라는 눈치다. 오리육포 큐빅 간식을 몇 개 상으로 주고 푹 잘 수 있도록 다른 자극을 주지 않으려 조심조심.
지금은 내 침대에 올라와 코를 골며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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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의 과정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싯달타 왕자 만큼이나 일찍 관심을 갖게 된 주제였고, 내 삶의 화두가 된 것도 오래 전 일이었는데, 아직도 나의 깨달음은 멀고 멀었다.
췌장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과정에 들어가며 요양병원에 입원한 목사님, 위암진단을 받고 절제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친인척.
돌연사의 위기를 넘기고 호스피스 봉사를 하며 스스로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해 나름 정리된 입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목사님에게도 친인척에게도 해줄 말이 없다. 하모가 종양을 가지고 있는데 어찌할 것인가를 두고 아내에게나 딸 하님이에게 뭐라 주장할 수도 없고, 수술치료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누님에게도 뭐라 할 말이 없다.
그저 안타까워 하는 마음으로 지켜볼 수 밖에.
다행히 하모가 수술과정을 잘 견뎌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