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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망가져 가고 있다.]
지난 월요일, 소파에 올라가 팔걸이를 딛고 전자모기채를 휘두르다 내려오는 중이었다.
소파위에 올려진 쿠션인지 무릎담요인지 등등을 보지도 않고 밟으면서 디딘 곳이 푹 꺼져서 중심을 잃는 사태가 발생했다.
소파에서 아래로 뒤로 굴러 떨어지면서 소파의 팔걸이에 견갑골 아래쪽을 부딪혔던 것 같다. 물론 그곳만 부딪힌 것은 아니었는데, 늦게 까지 얼얼한 느낌이 지속되었다.
다행히 정신차려 두루 확인해보니 출혈이나 멍든 곳도 없었고, 골절도 없었다. 찰과상도 없었다. 다만 얼얼한 느낌뿐.
화요일, 이런 느낌이 지속되었다. (얼얼한, 담결린 듯한)
수요일, 후배와 당구를 치는데 약간 통증이 느껴졌다. 이런 통증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갑자기 꽉 막히고 근육과 신경이 엉키는 느낌? 부러진 뼈가 평소에 닿지 않던 신경이나 근육을 짓눌러 생기는 통증?
그런 통증들에도 불구하고 이날 후배와의 당구 게임은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3:0, 3:2로 이겼다. 두번째 게임 마지막 세트는 불과 2이닝만에 마무리.
목요일, 새벽에 일어나는데 왼쪽 견갑골 아래에 통증이 느껴졌다. 누워서 이리저리 뒤척일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 하모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오느라 차를 운전하고, 하모를 가방으로 된 케이지에 넣어 들고 움직이는데 그때마다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본서부병원에 가서 늑골에 골절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했는데, 척추통증과로 배정하고는 1차 엑스레이에서 1번 요추에서 뼈가 갈려나간 부위와 협착이 확인되었다며 이와 관련된 통증이 아니냐고 했다. 거의 9년전쯤 자전거 사고로 크게 다쳤던 흔적이라 여기며 지금 아픈 곳은 1번 요추의 위쪽, 왼쪽 견갑골 아래라고 호소했더니 이번엔 CT를 찍어보자고 했다.
CT 촬영 결과를 판독하기 어렵다면서 자신의 소견으로는 갈비뼈에 골절이 생긴 것 같은데, 그렇게 추측되는 장면이 딱 한 장면 뿐이라서 확신할 수 없다고 한다. 영상판독과 원장님에게 판독을 의뢰하여 다시 얘기해보자고 1주일 후 예약을 잡았다.
이때 까지는 통증이 있어도 참을 만한 정도였고 자세를 바로 하며 조금 흔들어주면 가라앉아서 진통소염제 처방을 거절하고 그냥 왔다. 보호대를 사용하라는 얘기만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계단을 오르니 통증이 조금 심해졌다. 허리보호대를 찾아 놓고, 9년전 자전거 사고 때 맞췄던 갑옷처럼 생긴 보호장구를 꺼내 먼지를 닦아냈다.


금요일, 목요일 저녁에 일찌감치 잠들었던 탓인지 새벽 1시도 안 되어 눈이 떠졌는데, 그때부터 왼쪽 옆구리 등쪽으로 느껴지는 통증의 강도가 더욱 세졌다. 누운 자세를 조금만 바꿔도 바로 통증이 왔다. 아침까지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다른 병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걷는 것도 겁나고, 운전하는 것도 겁이 나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불과한 곳을 아내에게 차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9년전 사고 때 다녔던 최원호병원이었다.
전산시스템을 최근에 바꿔 아직 적응 중에 있다고, 대기, 지연 시간이 조금 길어질 수 있다고 안내문이 붙어 있는데, 12시가 다 되어가서 걱정이었다.
X레이에서는 골절이 보이지 않는다고, 미세골절의 경우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면서, 1주일 정도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처방약(근육이완제, 진통소염제)을 먹으면서 차도가 없으면 CT를 다시 찍어보자고 한다. 통증이 심해지면 1주일까지 기다릴 것 없이 바로 다시 오라고 했다.
병원에서 돌아와 억지로 통증을 참고 잠을 청했다. 잠을 설친 때문에 조금 깊게 잠들었지만, 한 시간쯤 지났을까, 통증 때문에 잠이 깼다. 잠을 자겠다고 보호장구를 벗어버린 탓에 조금만 움직여도 움찔움찔 통증이 찾아왔다. 통증 때문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자세가 취해지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일어나려 하다가 비명을 질렀다. 결국 아내를 불렀다. 누운 자세에서 보호장구를 가져오게 하여 착용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고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뒤로 엉금엉금 침대를 내려왔다. 내려와서 확인하니 보호장구의 위아래가 바뀌어 있었다. 다시 풀어 바로잡는 동안에도 얼마나 불안했는지.
다행히 보호장구를 착용하고나선 통증이 견딜만 하다. 망치로 때리고 드릴로 뚫는 듯한 느낌에서 무지근하게 견딜만한 무게로 누르고 있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
사고 초기에는 심각하지 않았는데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심각해지는 통증, 정작 X-ray나 CT 등에는 나타나지 않거나 매우 경미한 부상,... 2010년 10월 교통사고 후 12월 [KBS 생로병사의 비밀 - 만성통증 편]에 출연하게 되기 까지의 과정을 다시 밟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되었다. 살랑살랑 봄바람도 치명적인 통증자극으로 인식하게 된 왜곡된 통증전달체계.
우울증의 한 가지 특징이 대수롭지 않은 일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피해망상 경향이라던가? 나의 몸과 마음이 모두 만성통증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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