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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 솔아, 기특아!
너희 이름을 불러보며 할애비가 너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시 느껴본다.
너희를 사랑하는 마음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생각해 본다.
너희를 사랑하는 마음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렇게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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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 솔아! 기특아!
이름을 부르는 순간에 너희들은 각각 고유한 인격을 가진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구나. 
수많은 사람—얼굴도 모르는 낯선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악인도 선인도, 미운 이도 예쁜 이도 뒤섞여 있는—어디선가 죽어가고 어디선가 태어나지만, 그걸 기억해 주는 이들은 그들 주변의 몇 사람뿐인—그렇게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니고,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인 존재들로, 존귀한 영혼들로 내게 다가오는구나.
이러한 느낌을 노래한 시인이 있었단다.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누군가를 부른다는 것, 이름을 지어 부른다는 것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게 느껴지니?
성경에는 하느님이 창조하신 동물들에게 최초의 사람 아담이 이름을 지어주는 장면이 나온단다. 거기에 특별히 "살아 있는 동물 하나하나를 이르는 것이 그대로 동물들의 이름이 되었다"(창 2:19b, 새번역)는 얘기가 있어. 그리고 우리가 흔히 '이브'라고 부르는 '여자'라는 이름이 탄생하는 얘기도 나오지.
그 이름들은 이제 일반명사가 되었겠지. 일반명사와 고유명사의 차이를 알고 있니?
이름을 지어 부른다는 것은 고유명사를 지어낸다는 말이야.
이름을 지어주면서 거기에 어떤 의미를 두었는지 생각해보렴.

기특이는 아직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부르던 이름이야. 태아에게 붙여준 임시 이름인 것이지. 할애비는 어서 빨리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서 안달이 났단다. 태아도 영혼을 가진 유아독존의 생명이라고 할애비는 믿고 있거든. 그러나 기특이에게 정식으로 이름을 지어줄 사람은 기특이의 엄마, 아빠라고 생각해서 기다리고 있어. 할애비라도 딸과 사위에게 이런 이름으로 지으라고 강제해서는 안 되는 거야. 

하느님도 사람을 창조하시고는 이름을 지어주셨어. 흙으로 만들었다고 흙을 뜻하는 히브리어(성경을 기록한 사람들의 언어)로 '아다마'에서 온 말, '아담'이라고 지어주셨어. 아담은 최초의 인간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이면서, 후대에는 사람을 뜻하는 일반명사가 되었겠지? 어쨌든 하느님도 이름 짓는 일에 참 무심한 분이셨다는 생각이 들어. 요즘 우리는 이름을 지으면서 단 하나의 이름을 지어내려고 노력하면서 그 이름에 우리의 소망과 축복을 담아내거든. 
할애비는 너희들의 엄마, 아빠의 이름을 지으면서 그렇게 했어. 
단이, 솔이의 아빠, 하곰이! 기특이의 엄마, 하님이!

아무튼 단아! 솔아! 기특아! 이렇게 너희를 부르면서 느끼는 감동은 "할애비가 너희를 이렇게 사랑하는구나!"라는 거야.
너희 각각의 영혼, 유아독존인 존재들이 이 할애비의 영혼과 맞닿아 사귀고 있는 느낌!
너희도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같은 느낌일까? 
누군가를 부르면서 할애비처럼 설명할 수 없어도 비슷한 느낌들을 가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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