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백/소성리 사드저지기독교현장기도소

소성리의 일상 / 새마갈노를 통해 연재하는 소성리편지 첫글(20191108)

도덕쌤 2020. 1. 20. 05:02

소성리에 내려온 게 2017년 4월이니, 2년 반이 지났습니다.


소성리 상황을 항상 공유할 수 있도록 보고를 정기적으로 했어야 하는데, 그 동안 소식을 두루 알리지 못했습니다.


사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줄어든 상황, 사드배치를 기정사실인 양 “아직도 사드투쟁 하고 있냐?”고 묻는 친구들을 대할 때마다, 저의 게으름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마침 새롭게 개편된 새마갈노에서 제게 한 꼭지를 맡겨서 [소성리 편지]를 연재하게 하였는데, 한편으로는 그동안의 게으름에 대한 꾸지람으로, 또 한편으로는 힘을 내라는 격려로 받아들였습니다.


앞으로 1주일에 1회 이상 꾸준히 소식을 보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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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먼저 소성리에서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지요.



소성리의 하루는 진밭교 아침기도회로 시작됩니다.


아침 6시 50분쯤에 진밭교로 올라가면 원불교 교무님이 보통 자리를 잡고 계십니다. (교무님들은 보통 5시부터 좌선을 하고 6시 30분쯤 선요가로 몸을 푸는데, 전에는 선요가부터 함께했으나 요즘은 기도회에 맞춰 올라갑니다.)


7시쯤부터 30~50분 정도 기도회를 진행하는데, 기독교, 원불교, 주역이야기, 토요평화모임이 요일별로 나누어 맡아 진행합니다.


아침기도회를 마치면 곧 불법사드기지 정문앞으로 올라가 아침평화행동을 시작합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참석자 전원이 돌아가며 연설, 구호, 노래 등을 하고 기록을 위한 사진을 찍습니다.






“사드가고 평화오라”는 노래로 평화행동을 마무리하고 마을회관으로 내려와 아침식사를 하는데, 1~2명은 정문앞에 남아서 1인시위 피켓팅을 10시까지 합니다.


11시에는 마을회관 앞마당에서 원불교의 평화100배가 있습니다. 저는 무릎이 아파서 한 번 빠지게 되니 습관이 되어 참여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습니다만, 음악이 흘러나오면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에 공연히 채무자가 된 심정입니다.


오후 3시에는 다시 정문앞 오후평화행동을 하고 1인시위 피켓팅이 5시까지 진행됩니다



오후 일정은 요일별로 또 다른 일정들이 있는데, 월요일에는 오후 2시 천주교의 평화미사, 화.목.금에는 1시30분부터 4시 정도까지 둘레길 평화행동, 수요일에는 오후 2시 소성리 수요집회가 있습니다.


평화미사는 천주교 신자들이 전국적으로 교구별로 돌아가며 찾아오고 오후 평화행동까지 참여하기도 합니다. 수요집회는 소성리 사드투쟁의 가장 중심이 되는 집회로, 일상투쟁 가운데 최대한 결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 집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목금의 둘레길 평화행동은 산길로 미군숙소가 있는 철조망 앞까지 올라가 정문앞에서 하는 평화행동과 마찬가지 요령으로 진행하는데 출발부터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이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따라서 화목금에는 오후 정문앞 평화행동팀과 둘레길 평화행동팀 2개팀이 조직되어 따로 행동하지요.


저녁에는 수요일과 일요일 김천역앞 김천촛불집회, 토요일 소성리 촛불문화제가 있고요.


나머지 요일에는 마을회관 앞 난롯가에 모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게 보통입니다. 마을 주민들이나 여성평화모임 등에서는 노래연습(월), 요가(화), 정기 주민대책위 회의(금) 등도 열리고요.


월례 행사로 진행되는 일들도 있습니다.


성주지역 역사탐방, 대구마가교회 현장예배, 대구 청년한의사 모임의 진료봉사, 부산 이중광한의사의 진료봉사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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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식사, 세탁, 목욕, 숙박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하십니다.


상주하고 있는 지킴이들 중에 따로 집을 얻어 개별적으로 해결하는 이들도 있고, 원불교의 경우 따로 원불교상황실에서 해결하는 이들도 있어서, 매끼 함께 식사하는 인원은 매우 적습니다. 밑반찬은 마을회관 냉장고에 늘 채워주는 손이 있고요, 찌개와 밥만 해서 챙겨 먹고 있습니다. 가끔은 10km이상 나가서 외식을 하기도 하지요.


마을회관 뒤쪽에 샤워장과 세탁기가 준비되어 있고, 뜨거운 물도 잘 나옵니다. 싸우나가 생각날 때는 4km 정도 거리에 스파가 있어서 할인권을 미리 구입해두고 사용합니다.


잠은 기독교현장기도소는 내부를 2개의 공간으로 꾸며서 한쪽을 침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킴이들은 상황실이나 천주교상황실 컨테이너에서 자기도 하고, 따로 집을 얻어 상주하는 분도 있습니다. 연대자들이 자고 갈 경우에는 마을회관이나 참새집이라고 부르는 집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소성리를 찾아오는 분들이 제일 불편해 하는 것은 교통편인데, 자가용이 없으면 대중교통으로는 오기 어렵지요. 저도 소성리 생활 1년만에 중고차를 구입하여 이동수단을 갖췄습니다. 소성리를 찾아오실 경우 미리 도착시간 알려주시면 시간 맞춰 마중나갈 수 있습니다. 김천구미KTX역에서 소성리까지 자가용으로 20분 거리고요, 김천역에서 소성리까지는 30분 거리입니다. 왜관역에서도 30분정도, 구미역에서는 40분 정도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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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리 편지의 첫 소식은 이렇게 대충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려드리는 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출처 : 새마갈노(http://www.esw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