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백/어쩌다 쓰는 일기

우울한 상상 (내란수괴 윤석열을 체포하라, 목 터져라 외쳤지만...)

도덕쌤 2024. 12. 8. 01:49

[윤석열 탄핵 촉구 시국 기도회]가 기독교회관 앞에서 있었다. 오후 1시 예정되어 있는데, 대규모 집회의 경우 늘 교통체증이 발생하니까 넉넉하게 출발하였다. 
녹번역에서 만난 시 한 편, 내 마음을 그대로 시로 옮긴 듯하여 사진에 담았다. 금산에서 피정 생활을 하면서 줄기차게 파온 화두인 셈이다.

주최측은 천여 명이 참석한 기도회라고 하는데 내 생각엔 5~600 명 정도가 참여한 듯 하였다. 그런데 행진을 하다보니 정말 천여 명으로 늘어난 듯.
"다시는 군홧발로 국회에 돌아오지 말라!" 시국선언을 참가자 일동 명의로 발표하였는데, 그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하여, 나도 선언 주체의 한 사람이 되었다.
기도회 후 행진은 종각까지만.
행진하는 내내  "내란 수괴 체포하라! 윤석열을 체포하라!" 구호를 반복하였다. 앞글자를 선창하는 친구가 목이 상할까 걱정되었다.
행진하는 동안 길건너에서 함께 구호를 외치고 피켓을 흔드는 청소년도 보였는데, 눈에 쌍심지를 켜고 욕설을 퍼붓는 늙은이도 있었다. 행진을 마치고 5호선 광화문역으로 가는 동안에는 빵빵한 앰프로 뭐라 떠드는 소리도 들렸는데,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예의 '빤스목사 전광훈'류(類)들이 집회를 하고 있었다. 무지막지한 자금력으로 빵빵한 앰프를 틀어 숫자에 비해 엄청 고성으로 소음을 내뱉는 사람들이다.

5호선을 타고 여의도역에 내렸다. 시국기도회 후 "윤석열 퇴진 범국민촛불대행진"에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내리자마자 출구를 빠져나오다 압사당할까 걱정될 정도로 인파가 몰려 있었다. 몇 분 뒤에는 지하철이 무정차 통과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올 만큼 엄청난 인파였다.

깃발을 들고 있겠다고 한 장소는 국회의사당역 5번출구 근처인데 여의도공원을 들어서자마자 뚫고 지나가기 미안할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했다. 새민족교회와 들꽃향린교회 깃발을 보고 일단 공원안에서 머무르고, 혼자 예수살기 깃발을 찾아 데리고 오든지, 그쪽으로 부르든지 하기로 하고 혼자 인파를 헤치고 나아갔다.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나아가는데 걸린 시간이 40분. 500m 정도 나아가는데 걸린 시간이었다. 저 멀리 예수살기 깃발을 발견했는데, 휴대폰도 안 터지는 상황이라 연락할 길도 없고, 가까스로 가보니 황총무님 혼자 깃발을 들고 있었다. 동지들과 함께하자고 공원안으로 후퇴하여 오는데 다시 20분. 정작 공원으로 오니 대표님과 한권사님은 강남향린교회 깃발을 찾아 앞으로 떠난지 한참 되었다. 총무님과 나는 그냥 들꽃향린 깃발 옆에 주저 앉았다.

김건희 특검법 재의요구안이 부결되고 국힘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빠져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100만 집회참가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이미 서너 시간 이상 추위와 인파에 시달린 참가자들 중에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귀가를 서두르는 사람들이 생겼다.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다른 경로로 참가한 인연들을 만나보겠다고 깃발을 등지고 다시 인파를 헤치며 무대쪽을 향해 나아갔다. 
사드투쟁 현장인 소성리나 김천에서 올라온 동지들이나 고등학교 민주동문회 친구들의 깃발을 찾아 헤맸지만 만날 수 없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였다. 
무대 사회자가 국힘당 의원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국회를 포위하자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왼쪽으로 한 블록을 돌아 국회 정문쪽으로 나아갔다. 국힘당 의원 몇 명이 돌아와 표결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모두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국힘당 의원들이 몇 명이라도 더 돌아와 참여하도록 구호를 외치고, 매크로 문자보내기를 제안하고 실천하였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집에서 12시 나와 7시가 넘도록 식사도 못하고 추위에 덜며 인파를 헤집고 다닌 결과였다. 혼밥으로 저녁을 해결하는 것도 서러운데 그나마 식당들이 모두 재료가 동나 손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편의점 마저 컵라면을 먹을 수 있는 편의점은 집회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보라고 얘기했다. 골목을 헤매는데 "내란수괴 탄핵하라!" 구호가 들려왔다. 국힘당사 앞이었다.

한참을 그곳에서 함께 구호를 외쳤다. 국힘당 의원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탄핵에 동참하라고 외쳤다. 뜻하지 않게 국힘당 의원들의 이름을 외우게 되는 하루였다. 매크로 문자를 세번씩이나 보낸 데다 탄핵표결에 빠져나간 놈들을 불러들이느라 몇 번을 이름부르고 호소했는지...



겨우 국힘당사 앞 편의점에서 빵을 하나 사먹고 다시 국회 포위 행렬에 가담하러 나왔다. 나오는 길에 민주당사 앞에서 찬송가 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어이없는 모습을 보았다.

위 사진에 있는 작자들은 민주당사 앞에 모인 전광훈 무리들인데 50명 수준의 무리가 빵빵한 앰프를 사용하여 외치고 있었다, "종북세력과 야합한 민주당은 해산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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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계엄선포로 부터 오늘 탄핵표결 무산에 이르기 까지 저들이 보여준 모습, 한동훈도 국힘당도 전광훈의 무리들도,그들이 보여준 행태들을 준비부족의 계엄선포, 얼치기로 실패한 내란, 변덕이 죽끓듯한 즉흥적인 대처라고 넘어가선 안 될 것 같다.

나는 전광훈 무리가 설칠 때부터, 해방 직후 신탁통치 찬반 대립으로 정국을 몰아가 결국 친일파를 구원해 내고 분단을 고착화한 후 전쟁으로 이 땅을 자신들의 식민지요 전쟁무기 소모처로 만든 미국의 전쟁광들, 그들의 음모가 다시 이 땅에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압도적인 다수가 사회주의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새나라를 꿈꿀 때, 엉뚱한 거짓뉴스로 반탁의 광풍을 만들어 반공이 애국이라는 프레임을 관철시키며 친일파의 천국을 만들어 낸 미국. 미국은 미국을 수호천사라고 믿는 극우 보수 개독교인들을 끌어들여 다시 이념갈등을 꾸며내고 있는 게 아닐까?
민주당이 아슬아슬 권력을 장악하게 되더라도 미국의 위협 앞에 언제나 꼬릴 내릴 수밖에 없도록 길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광훈 무리들이나 대북 선전 삐라를 보내고 있는 탈북자 단체들이나 그들이 미국의 자금으로 움직인다는 정보들이 넘치는데, 바로 그들이 이 땅에 심각한 이념갈등이 있는 것처럼 얘기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늘 소수에 불과한 그들이 압도적인 자금과 극우매체의 선전에 의해 진보적인 대중들보다 다수인 것처럼, 최소한 대등한 세력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다. 오늘 동화면세점 앞에서 마주친 이들, 민주당사 앞에서 만난 이들이 바로 그렇다. 100만이 모여 호소하고 있는데, 그 백만은 종북 반국가세력으로 치부되고, 겨우 수십(많이 쳐서 수백)에 불과한 그들(註1.)의 목소리는 애국세력으로 환영받으며 비상계엄 선포의 지지세력이 되고 탄핵반대의 근거가 된다.

오늘 가장 눈에 띈 소식은 [계엄 선포후 北과 교전 유도?…軍, 11월부터 준비 의혹 일어]라는 제목의 매일경제 기사였다. 우리 군의 전시작전권을 틀어쥐고 있는 것은 미군인데 북과 교전을 유도하는 군의 움직임이 미군과 사전 협의 없이 가능한 것일까? 사실 이번 실패했다는 내란, 비상계엄 하의 특전사 동원도 미군의 승인 없이 이루어졌다고 믿기 어렵다.
나는 미국에게 아니오라고 말하겠다고 큰소리쳤던 노무현이 당선후 미국을 다녀와서는 제주 해군기지도 건설해주고 이라크 파병도 수락해 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빠져나가면서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들겠다는 협박에 굴복했다는 썰이 가장 믿을 만하지 않을까? 그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은 결국 사드를 못박았고, 기껏 자신의 업적인 평양선언을 백지화하는 사태를 가져오고 말았다. 그가 만들어낸 대통령이 바로 윤석열이지.
나는 이 일련의 흐름이 미국의 모든 음모를 담당해 온 CIA를 앞세운 딥스테이트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시나리오는 정해진 극본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처럼 우리나라 대중들의 여론 향방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지. 최악의 경우는 결국 전쟁을 통해 모든 반대 여론에 재갈을 물리고 그들의 꼭두각시 독재정권의 수명을 연장해 가는 것이다.
독재정권을 뒷받침해 온 논리 중 하나가 "북한의 전쟁 위협에 대한 대비"였음은 누구나 알 것이다. 역대 계엄의 핑계가 그랬고, 박정희의 쿠데타나 전두환의 쿠데타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북한의 전쟁위협을 말하면서도 항상 내부의 반국가세력 운운 하며 종북세력을 척결하겠다는 목표를 함께 내세웠다.(특히 이번 비상계엄은 민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보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계엄이 내려진 때 전후에 북한의 전쟁도발이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이전까지 강경한 자세로 전쟁불사를 외치던 북한은 남한 내의 갈등이 최고조로 달한 내란 사태 (이를테면 전두환의 계엄 쿠데타와 광주민중항쟁 같은)에선 조용히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다. 기껏해야 남한 내부의 반독재 투쟁세력을 향한 격려의 메시지 정도를 내보냈달까?
이번에도 "북한, 비상계엄·尹 탄핵 추진 보도 않고 무반응"이라는 뉴시스의 기사를 보면 북한의 반응은 전쟁 위협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윤석열 일당이 권력유지를 위해 북한과의 전쟁을 도발할 수 있다는 추리만 무성하다. 오히려 뉴시스 기사 ["尹, 권력유지 위해 北 공격 명령할수도" 美 학계 분석 제기]문화일보 [러시아 “한국은 예측 불가…北이 왜 안보 강화하는지 이해돼”] 같은 기사들을 보면 미국의 이익을 대변해 온 남한 정권이 위기에 몰릴 때 북한을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오늘 각 언론에 보도된 기사들 중에는 계엄을 전후로 북한의 오물풍선 원점타격을 지시한 국방장관의 얘기가 있다. 
전시작전권을 틀어쥔 미국과 사전협의 없이 국지전을 개시할 수 있을까? 전쟁도발은 주로 북한이 해 온 것일까, 미국과 결탁한 남한 정권이 해 온 것일까? 
그러니 비상계엄 선포 전부터 선포 이후 지금까지의 흐름은 미국의 모든 음모를 담당해 온 CIA를 앞세운 딥스테이트의 시나리오요, 최악의 경우는 결국 전쟁을 통해 모든 반대 여론에 재갈을 물리고 그들의 꼭두각시 독재정권의 수명을 연장해 가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라는 나의 추측이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나? 이 얼마나 우울한 상상인가?

내란수괴 윤석열을 체포하라, 목 터져라 외쳤지만, 나는 윤석열 이후 다시 세워질 권력의 담당자들이 이러한 미국의 간섭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것인가? 미국을 상대로 그 자유를 쟁취해 낼 능력과 의지를 가진 자들이 권력의 주체로 나설 수 있겠는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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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1.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집회를 주최한 이들(자유통일당 등)은 이날 참석인원을 100만명이 넘었다고 했단다. 경찰추산은 2만여명. 그런데 연합뉴스 제공 서울신문 보도 사진을 보면 2만명도 너무 한 숫자라고 느껴지지 않나? 내 눈에는 기껏해야 수백명인데.

세종대로 메운 보수집회 7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자유 대한민국 수호 광화문 국민혁명대회’ 가 열리고 있다. 2024.12.7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