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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드디어 탄핵되었다. 
국회방송을 통해 역사적인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았다.
'가 204표'라고 발표되는 순간 전국 곳곳에서 특히 여의도에 모인 수많은 인파들을 떠올리며, 오늘밤은 축제의 밤을 즐기겠구나, 마치 수능시험 끝내고 나온 수험생들 같은 심정이겠구나 생각했다.
나는 사드배치반대 김천촛불 응원의 날 행사에 참여하여 오랜만에 동지들과 시간을 보냈다. 모두  탄핵을 기뻐하며 사드를 쫓아보내는 데까지 나아가길 기도했다.


그렇다. 오늘의 탄핵이 끝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겠지?

그 역사적인 순간을 기다리는 동안 여러 뉴스와 SNS를 통해 올라오는 글들을 살펴보다가 걱정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오늘 탄핵으로 우리의 투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얘기한다. 
그런데 대부분 윤석열과 김건희 등 내란수괴범의 구속과 처벌에 관한 이야기나 아직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남아 있다거나 이후의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가 남아 있다는 애기다.
조금 더 나아간 것이  [민주노총×슬로우뉴스 공동 기획①]윤석열이 망친 것 ① 경제: 1% 성장률 충격, 부자 감세에 나라 살림은 빚더미.[민주노총×슬로우뉴스 공동 기획 ②] 손바닥에 ‘王’자 쓰고 나올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탄핵과 구속 이후 풀어야 할 과제들. 같은 기사들이 제시하는 내용이다.
오늘 읽은 다른 한심한 글들은 ["트럼프 누가 설득?" "이러다 국제 왕따"···탄핵 정국 '韓 패싱' 경고음]이란 제목의 서울경제 기사와 [조국, 수감 전 마지막 집회…“정권 교체로 4기 민주정부 만들어야”]이란 제목의 시사저널 기사였다.
먼저 조국 이야기를 전하는 기사를 발췌하여 살펴보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14일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단다.
 "탄핵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 기사의 마지막 부분은 조국의 워딩을 그대로 전한 것인지 모르는 부분이 있어 기사 원문을 그대로 옮긴다.

이어 "탄핵, 처벌, 그 다음이 남아있다. 우리는 윤석열을 탄핵하고, 윤석열을 구속처벌하고 반드시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며 정권 교체가 투쟁의 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4기 민주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권 교체를 하여 지난 정부가 하지 못했던 수많은 개혁을 통해 민생과 복지를 강화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조 전 대표는 "저를 대신해 새로운 민주 정부 하에 민생과 복지가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도록 끝까지 싸워 달라"며 "여러분을 믿고 물러간다"고 말했다.

기사의 내용은 지난 정부가 하지 못한 수많은 개혁을 할 수 있도록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 투쟁의 끝이라는 이야기다. 마지막에 조국의 워딩을 그대로 옮기면서 "새로운 민주 정부 하에 민생과 복지가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도록 끝까지 싸워 달라"고 말하고 있지만, 내가 붉게 표시한 부분에는 정권교체가 투쟁의 끝이라고 강조했단다. 
나는 기사를 읽으며 '지난 정부'는 문재인 정권을 얘기하는 것인지 윤석열 정권을 얘기하는 것인지 묻고 싶어졌다. 정권교체를 하여 새로운 민주정부를 세우면 그 정부가 민생과 복지가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어 줄 거라는 얘기인지, 그 새로운 정부가 민생과 복지가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어주지 않을 거라서 우리가 계속 싸워서 강제해야 한다는 이야기인지도 분명하게 말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조국이라는 사람을 매우 양심적인 정치인이라고 믿는다. 털어도 털어도 먼지가 나오지 않아서 그 가족들의 일상사까지 뒤져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라는 엉터리 죄를 뒤집어 씌울 만큼 청렴한 선비형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의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서 그가 한 일은 무엇인가? 사드라는 전쟁무기를 한반도에 끌어들여 미국의 군사식민지를 더욱 공고하게 다지는 과정에 그는 무책임한가?
"트럼프 누가 설득?"이란 제목의 서울경제 기사는 더욱 한심하다. 탄핵으로 인해 트럼프 2기의 골든타임에 맞상대할 국가원수가 없어졌으니 걱정이라는데, 마지막에 덧붙인 〔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악용해 북한과 러시아가 러북 협력을 정당화하고 주변국을 상대로 한 핵 태세를 강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앞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 상황을 이용해 윤 대통령이 한반도 긴장의 원인이며 이것이 북한의 군사적 준비 태세 강화와 핵 미사일 활동을 정당화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1993~1994년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장을 역임한 클링너는 “러시아도 북한과 러시아가 결속을 다지는 이유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한국의 사태를 사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한국이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는 나라이므로 러북 동맹을 맺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는 얘기는 극우친미세력들을 대변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탄핵 국면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뉴스가 미국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주려 한다는 식의 이야기들이었다. 더 나아가 국가 안보의 두 기둥 중 하나가 '한미관계와 양국 국민의 관계'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연합뉴스  [美의원, 본회의장서 "尹계엄 민주주의 모욕…한국민에 박수"]라는 기사는 미국의 15선 중진의원 셔먼 하원의원의 발언을 소개하고 있는데, 한반도평화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남북간 화해·협력을 지지해왔다는 그는 한국 국민들에 찬사를 보내면서 "한국에 대한 우리의 (안보) 공약은 1950년대에 함께 싸웠던 사실의 잔재가 아니다"며 "한국에 대한 우리의 헌신은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 공동의 헌신 때문"이라고 강조했단다. 박정희의 쿠데타, 전두환의 쿠데타를 미국이 지지한 것은 어떻게 설명하려 하는 건지...
이제 트럼프가 엄청난 방위비분담금을 요구하며 안 들어주면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얘기할 텐데, 바짓가랑이 붙들며 요만큼으로 안 되겠냐고 매달릴 사람들이 다시 정권을 잡게 될까 두렵다.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는 누구인가? 전쟁위기를 고취시켜서 득을 보아온 나라는 누구인가?
그게 북한이라고 아직도 믿는 사람들이 있다. 고난의 행군을 하며 굶어 죽어가던 북한 사람들이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남한을 공격할 거라고? 질게 뻔한 싸움, 공멸의 전쟁을 일으킬 거라고? 
우리의 민생과 복지를 보장하는 일에 가장 큰 방해물은 미국을 위한 전쟁기지를 유지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가장 위협하는 자들은 미국의 네오콘이다. 
한미관계를 정상적인 관계로 바꾸어 나갈 의지와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다음 정부가 채워지기를 간절히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