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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과 미국이 월드컵 축구경기에서 만난다면, 누구를 응원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에 답변하는 분들의 대답은 각양각색일 겁니다. 북한을 응원하겠다는 분도 있을 테고, 미국을 응원하겠다는 분도 있을 겁니다. 어느 편도 응원하지 않고 그냥 즐기겠다는 대답도 있을 거고, 이기는 편이 우리 편이라고 답할 분도 있을 겁니다. 객관적인 전력이 다소 떨어지는 편을 응원하겠다는 분도 있습니다. 아예 관심없다는 대답도 있을 겁니다.
그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분들 중에 확실하게 어느 한 편을 응원하기로 한 분들이 경기장에 나와 편을 갈라 응원석을 차지하고 응원전을 펼칩니다.
이 질문을 "너는 누구 편이냐?" 편을 가르고자 던지는 질문이라고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어느 쪽 편을 들든 그런 선택의 이유와 근거를 묻고 싶은 겁니다. 그 근거에 대해 성찰해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나아가 응원전이 지나치게 열기에 휩싸여서 응원하던 사람들이 난투극을 벌이는 데까지 나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글입니다.
실제 유럽에서는 가끔 축구경기장에서 난동이 벌어지는가 봅니다. 훌리건이라 하나요? '축구경기장 난동 사건'이라는 말로 검색해 보니 유럽만이 아니고 세계 곳곳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었네요.
2. 왜 응원전이 난투극으로 변하게 될까요?
뭐 항상 난투극으로 변하는 것은 물론 아니겠지요.
단지 난투극으로 변하는 것은 응원하던 사람들의 마음에서 시작되었을 테니, 응원하는 마음을 성찰해 보자는 얘기입니다.
왜 내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던 마음이 상대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으로 변하고, 심지어 상대를 말살하겠다는 의지로 비약할까요?
그런 변화들이 사람 마음의 자연스러운 흐름입니까? 우리의 본성입니까?
저는 그것을 광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광기는 스포츠와 전쟁의 연관성을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는 본래 사냥이나 전쟁을 위해 체력을 기르는 방편으로 고안된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전쟁의 대안으로 발전한 것이라 했습니다. 고대 올림픽 기간에는 도시국가들 사이에 전쟁이 금지되었다 하더군요. 고대 올림픽을 현대에 부활시키면서 화합, 친선, 평화라는 단어들이 올림픽의 이상으로 말해지지 않던가요? 전쟁이 아니라 축제로 인류문화를 바꿔 온 것입니다.
스포츠 경기에서의 승리는 국위선양이라는 말로 칭송되었어요. 논리적 비약이 있을지 모르지만, 여기에서 하느님이 은혜를 내려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하는 것이라는 말이 얼마나 풍요롭게 살고 있는가가 하느님이 그를 얼마나 사랑한는가를 보여주는 척도로 탈바꿈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스포츠에도 일어납니다. 국위를 드러내는 척도가 스포츠 경기에서의 우승 여부에 달린 것이지요. 그래서 스포츠 엘리트들이 기계처럼 사육되기 시작합니다. 즐겨야 할 일들이 고문받는 일들이 되어가는 것이지요. 그 속에서 군대문화가 스포츠계를 지배하게 되고, 응원하는 이들도 전쟁을 치르는 마음으로 경기장에 참여합니다. 스포츠 경기는 항상 무슨무슨 전(戰)이라고 표현되지요.
전쟁의 광기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스며들면 응원전은 훌리건 난동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3. 왜 우리는 누구를 편들게 됩니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지요. 우리에게 더 익숙한 사람들, 친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혈연, 지연, 학연 등등. 이러한 연줄을 따라 공정하지 못한 인사가 이루어지는 게 어쩌면 숙명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발전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늘 지옥같은 전쟁터를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연줄이 없는 낯선 사람들, 얼굴조차 기억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생산하는 세상이 되지 않았습니까? 성경의 가르침은 늘 고아와 과부 그리고 이방인을 환대하라고, 그들을 보살피라고 가르칩니다. 모든 이들을 공감과 연민의 대상으로 삼으라고 가르칩니다.
유목민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문화에는 나그네를 돌보는 문화가 있습니다.
낯선 나그네를 혹시 나쁜 의도로 찾아온 이는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만 일단은 적으로 확실히 드러나기 전까지는 환대해 왔습니다. 낯선 이들이야말로 그들을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사람들이었으니까요.
왜 우리는 편을 갈라 누구 편이 되어 무슨무슨 전(戰)을 치르게 되었는지 성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스포츠는 전쟁이 아닙니다. 오히려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의 축제를 꿈꾸며 발전해 온 것이 스포츠입니다.
스포츠가 전쟁터를 평화의 축제가 벌어지는 곳으로 바꾸어가는 그 일에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낯선 이들이 함께 모여 평화의 축제를 벌이는 일.
스포츠가 이룩한 기적들을 떠올리기 바랍니다.
1차 세계대전 중이었던가요? 크리스마스 휴전을 전하는 이야기속에는 크리스마스 정전 동안 서부 전선의 무인지대 이곳 저곳에서 축구 경기가 열렸다는 얘기들이 들어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다시 외교관계를 회복한 사연속에는 핑퐁외교라는 얘기도 들어 있지요.
전쟁 대신 스포츠를 즐기며 올림픽 정신, 스포츠 정신을 되새깁시다.
내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던 마음이 상대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으로 변하고, 심지어 상대를 말살하겠다는 의지로 비약하는 일을 경계합시다.
경기가 끝난 후 상대팀 팬들과 더불어 축제를 즐기는 자세를 가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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