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수없이 떠오르는 물음표들을, 완성되지 못한 느낌표들을, 그대로 저장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내게 만만한 대화상대가 생겼다는 듯이 다가오는 꼬마들이 쉼없이 물어오는 질문들, 이게 모야? 그건 왜 그래?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는데? 일일이 답해주기 귀찮고 버거운, 나의 무지를 드러내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분노까지 느껴지는 그런 질문들 속에 진흙속에 감춰진 사금들처럼 몇몇 빛나는 씨앗들이 들어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돌아보면 나의 어린 시절에도 그랬다.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어릴 적 출판사 서적 외판원이었던 아버지가 공주시 유구읍의 어느 학교로 선생님들에게 선생님들에게 책 사라고 영업하러 가는 길에 나를 데리고 갔었다. 대여섯살 무렵이었겠다..
고등학교 때 도서관을 관리하는 도서위원으로 도서관에서 기숙하면서 부터 서고를 채운 책들의 무게에 짓눌려 책 읽는 것을 포기하고 살아온 것 같다. 도대체 그 많은 책들을 어떻게 다 소화할 수 있을까, 지레 겁먹었던 게지. 저마다 다른 관심, 한 때의 유행에 함께 휩쓸린 부박한 수다, 쓸데없는 얘기들...이겠거니 하면서 그 많은 책들을 포기했다. 더구나 세상엔 얼마나 가짜 뉴스들이 많은가? 가짜 뉴스들에 근거한 거짓된 가르침들은 오죽 많은가? 나는 나만의 관심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를 쓰고 싶었나 보다. 그것도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놓친 이야기, 더 높이 올라가야 보이는 세상의 모습들, 나는 진실, 진리로만 가득한 글을, 쓸데 많은 글들을 쓰고 싶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