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백/어쩌다 쓰는 일기 33

내 영혼이 악마에게 지배당한다고? (2023.12.10 페북글)

존경하던 후배로부터 내 영혼이 악마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억울하고 또 억울한 이야기지만 그가 얼마나 공감과 연대를 잘 실천하는 사람인가 알기에 그의 노력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그가 사랑하는 분(나 또한 사랑하는 분이다. 나는 늘 나의 원칙보다 이 분의 원칙에 더 순종해 왔다.)에게 위로가 되고 다시 힘을 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대응을 원칙으로 삼았었다. 그러나 그의 포스팅을 읽고 이게 나, 강장로와 관련된 이야기임을 깨닫고, 나와 행동패턴이 비슷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깨닫고, 나를 걱정해주는 분들이 생겼다. 나의 무대응 원칙과는 다르게 그 후배에게 대응을 시작했다. 나는 내 영혼을 지배하고 있다는 악마가 누구인가 생각한다. 늘 하루를 반성할 때 오늘 나의 ..

정식재판 청구 (2023.12.14 페북에 올린 일기)

2023.12.14 페북에 올린 일기였다. 따로 저장해 둘 필요를 느껴 나의 글창고로 삼고 있는 이곳에 다시 옮겨둔다. 앞으로는 가능하면 인터넷공간에 올리는 모든 글들을 여기에 저장해 두고자 한다. 작년 11월 미군번호판을 단 버스가 버젓이 마을회관 앞길을 통과하여 사드기지로 오르내리기 시작했던 시기에 사드기지 정문 앞 1인시위를 하는데 주차방법에 대해 시비를 걸어와 발생한 불상사였다. 11월 23일 평소처럼 주차하고 앰프를 세워두고 1인시위를 하였는데 내려가는 차량들이 많은 시간이라 내려가는 차들이 볼 수 있도록 차를 약간 비스듬하게 세우고 차에 피켓을 걸어두었는데, 차를 올라가는 방향으로 세우면서 차선은 내려가는 쪽으로 세워두고 있었다. 경찰들이 올라와 차를 인도쪽에 나란하게 바짝붙여서 진행방향과 일..

미군에게 뒤통수 맞은 날

[미군에게 뒤통수 맞은 날] 오늘(230323) 00:50쯤 미사일 탄통으로 보이는 발사대 비슷한 것을 싣고 있는 차량 2대와 유조차 1대, 그리고 관련된 컨보이 차량 2대와 덮개 트럭 1대 등 미군 차량들이 기지로 들어갔다. 승합차 6대를 타고 들어온 경찰들이 진밭교를 비롯한 마을길을 미리 점령하고 조용히 지켜주는 가운데 정보과 승합차로 보이는 2대의 경찰차가 앞뒤에서 호위해 주었다. 비오는 밤, 지쳐 쓰러져 잠든 시간에 도둑처럼 들어갔다. 지난주 수요일 15일 밤에 경찰버스 18대와 더 많은 승합차량들을 동원하여 다짜고짜 주민들을 결박하고 불법과잉폭력을 행사하며 빠져나갔던 차량들이 교체정비를 마치고 다시 들어온 것같다. 20일 월요일에는 교대병력 없이 유조차만 드나들었다. 교대병력은 언제쯤 들어올지 ..

자가격리위반으로 신고되어 조사를 받았다.ㅠㅠ

((블로그에 마지막으로 일기를 쓴 지 한 달 보름.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글로 남길 틈도 없이 계속 벌어지는 일들 때문에 많은 생각들이 속으로 삼켜지기만 했다. 그래도 습작시 한 편(딱새와 거울)과 현장기도소의 보고서로 쓴 [군용물 손괴 미수라고 징역 2년?]이란 글이 있긴 하지만, 날숨은 없이 들숨만 쉬고 살아온 셈. 대구마가교회 현장예배 설교를 부탁받았을 때 수락하지 못한 일이 못내 아쉬웠다. 오늘의 일기는 먼저 지난번에 일기를 썼던 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 두는 데서부터 시작해야겠다. 사순절 시작과 함께 사드기지 철조망 둘레를 걷는 '여리고 기도'를 계획했었다. 홀로 실행하는 것이어서 계획이 몇 차례 수정되어 진행되었고, 마지막엔 코로나 확진자가 되면서 중단되었다. 여리고 기도를 구상하며..

달라진 경찰들 대응방식(2022.03.02)

지난 주부터 경찰들을 동원하여 길을 여는 날이 주 2회(화,목)에서 주 3회(화,수,목)로 늘어났다. 이와함께 도로에서 드리는 기도회도 원천봉쇄하겠단다. 특별한 무엇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아무 마찰 없이 들어가던 차량들인데, 국가가 주민들을 폭력적으로 대하지만 않으면 평화로이 넘어갈 하루인데, 이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얼마나 잘 수용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소성리주민들과 연대자들을 짓밟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페북 라이브 영상을 참고.) https://www.facebook.com/HyungGoo.Kang/videos/325963796169694 오늘도 격렬하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새벽부터 시작한 "병참선 저지 아침평화행동". 오늘은 평소에 건들지 않던 '카메라맨' 저까지도 마을회관 ..

[미싱타는 여자들] 감상 후기(호경아 고마워)

36년전 가르쳤던 제자를 다시 만났다. 설 명절연휴를 보내고 소성리로 복귀하던 날 (2월 6일) 갑자기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 만남이었다. 중년의 여인이 되었지만 다시 학창시절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로 돌아가 "그래. 그랬니? 그랬구나..." "선생님은 너네들에게...." 편하게 말을 주고 받았다. 이렇게 편하게 얘기해도 되는 건가 싶었는데,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소속된 단체에서 '감사'라는 직분을 맡고 있어서 총회를 앞두고 한 해 살림을 살펴보러 서울 다녀오는 길에 연락을 했다. 내려오기 전에 서울역에서 얼굴 한 번 보자고. 만사를 제껴두고 달려온 제자와 세 시간을 보냈는데 아직도 나누고 싶은, 또는 듣고 싶은 얘기가 끝나지 않았다. 마침 설 명절연휴가 끝난 2월 4일 [미싱타는 여자들]을 보았..

공휴일 새벽에 도둑처럼 기습 반입한 사드 기지 공사 자재(9.10~12 일기)

[금요일 9.10] 목요일(9.9) 올해 38번째 국가폭력과 충돌하고 난 뒤, 이제 화요일까지 적어도 4일은 쉴 수 있구나, 편안한 잠으로 빠져들었다. 상황실을 지키는 지킴이 동지들도 미루어 둔 일정들을 소화하느라 잠시 서울을 다녀오기로 해서 상주하고 있는 지킴이는 나혼자. 그래도 설마 별일이 있겠냐 싶었다. 금요일(9.10) 아침. 늦잠을 자고 서둘러 지킴이초소로 올라가 공사인부들이 기지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속이 부글거려 마을회관까지 내려가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 사이에 웬 자재를 잔뜩 실은 트럭이 올라와 진밭교 앞에 갓길쪽에 서 있었다. 동영쪽에 집을 짓는 공사가 있다더니 그곳으로 가는 차량일까 싶었다. 홀로 정문앞 평화행동을 해야하나 했는데, 석문쌤이 올라왔다. 트라제에 앰프가 없는 걸 ..

허 찔린 경찰들, 본성을 드러낸 날 (2021.09.02)

[소성리 할매들의 투지에 경의를!!!] 지난주 목요일 9월 2일 소성리는 올해 36번 째 국가폭력에 신음한 날이었습니다. 주 2회 상시적으로 당하기로는 33번 째였지요. 요즘은 매주 화, 목 아침마다, 우리는 기도회로 모여 도로에 앉고, 경찰들은 저항하면 체포한다며 협박을 퍼부으며 우리를 들어내고. 그 모양새가 서로 하나의 퍼포먼스를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익숙해 졌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목요일은 이렇게 타성이 붙은 우리들에게 다시 새롭게 각오를 다지게하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도로위에서 아침기도회를 시작하는데 늘 앞자리에 앉아 계시던 할매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도회를 진행하는 동안 경찰들이 마을 아래쪽으로 일부가 내려가고 심상치 않았습니다. 할매들은 그동안 유류를 숨겨 들여오는 것으로 의심..

어떤 퍼포먼스 (군용물 손괴 미수?)

[군용물 손괴 미수?] 성주경찰서의 출석 요구를 받고 조사를 받고 왔다. 4.28 사드 장비 중 발전기를 신형으로 교체하기 위해 대규모 경찰병력을 풀어 마을 도로를 원천봉쇄하던 날, 기도소 컨테이너 지붕 위에서 선두로 지나던 군용트럭을 향해 나사못을 뿌렸던 일을 '군용물 손괴 미수'라고 아울러 '도로교통법 위반'이라고 피의자로 조사하겠다는 것이었다. 28일 당일에는 내려오는 차를 향해서 다시 던지지 않는다면 불문에 붙이겠다는 전갈을 받았었는데, 더 상급지휘부에서 강경한 처리 방침이 내려왔나보다. 수사팀장이 먼저 증거로 제시된 것들을 보여주었다. 당일 현장에서 수거한 나사못 217개 (길이 3cm, 머리지름 5mm), 건너편에서 채증카메라 5대로 촬영한 각각의 동영상들. 동영상 속에는 나사못을 뿌리는 장면..

한미정상회담, 미국에게 보내는 희생제물 (2021.05.14)

[한미정상회담, 미국에게 보내는 희생제물] 오늘 소성리 싸움은 그 동안과 양상이 매우 달랐다.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사드기지로 향하는 육로를 반대자들의 방해를 차단하고 항상 통행이 가능하도록 조치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그 동안 헬기로 나르던 것들, 산길로 다니던 인부들, 그다지 긴급하거나 육로수송 외엔 다른 방법이 없는 물자나 장비들도 아닌데, 한 번에 모여서 이동하는 것도 아니고, 종일 해가 떠 있는 시간 동안 경찰들이 반대자들의 도로진입을 봉쇄하고, 아무 때든 통행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거의 매일(당분간은 주 2회)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길을 확보해주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적은 인원으로 농사일도 포기하고 이 싸움에만 매달려 있을 수 없으니, 새로운 싸움 방식을 모색할 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