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전 가르쳤던 제자를 다시 만났다. 설 명절연휴를 보내고 소성리로 복귀하던 날 (2월 6일) 갑자기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 만남이었다. 중년의 여인이 되었지만 다시 학창시절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로 돌아가 "그래. 그랬니? 그랬구나..." "선생님은 너네들에게...." 편하게 말을 주고 받았다. 이렇게 편하게 얘기해도 되는 건가 싶었는데,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소속된 단체에서 '감사'라는 직분을 맡고 있어서 총회를 앞두고 한 해 살림을 살펴보러 서울 다녀오는 길에 연락을 했다. 내려오기 전에 서울역에서 얼굴 한 번 보자고. 만사를 제껴두고 달려온 제자와 세 시간을 보냈는데 아직도 나누고 싶은, 또는 듣고 싶은 얘기가 끝나지 않았다. 마침 설 명절연휴가 끝난 2월 4일 [미싱타는 여자들]을 보았..
* 소성리에서 경찰들에게 다구리 당하던 둥글이를 기억한다. 오랫동안 볼 수 없어 궁금했는데, 오늘 페북에서 "모두에게 작별 인사드립니다" 마치 유서를 암시하는 듯한 말로 시작하는 글을 만났다. 아무리 긴 글이라도 읽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페북에 공유해두고 천천히 읽어보려 했다. 그런데 페북 공유 기능을 작동 중지 시켰나보다. 공유가 되지 않아 이렇게 블로그에 옮겨두는 방법을 사용해 본다. ** 정말 너무 긴 글이었다. 작은 제목을 달아 많은 단락을 나누어 주었지만 반복되는 얘기들도 많았다. 그러나 다 읽고 나니 둥글이가 겪었을 고통에 공감이 간다. 안타깝다. 유능한 투사가 이렇게 떠나는 게 슬프다. 변절하는 것도 아닌데 극복되지 않는 마음의 상처로 투쟁의 대오를 떠나는 이들이 왜 이리 많은가. ㅠ..
[순록에게서 배워라!] 동물얘기 중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를 읽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우리가 이 순록만큼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지 권력을 누리며 이웃을 짓밟고 있는 인간들에게 그런 권력자들을 양산해내는 불쌍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외침 "순록에게서 배워라!" +++++ www.asiae.co.kr/article/2021040819061892433?fbclid=IwAR35D3oPO29TDstPX7SFRwIDudT2uVaTADzlb2cew3jxTceTjzFYA0t0p3I 시속 80km로 빠르게 회전…북극서 드론에 포착된 '순록의 태풍' 최근 북극권에 있는 러시아의 코라 반도에서 순록의 떼가 원을 그리며 뱅뱅 도는 보기 드문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4일 타임즈나우 등에 따르면, 사진작가 레..
[슬픈 성탄절] by 김희용 왜 아기로 왔는가 말구유가 첫울음 땅인가 산모는 젖이나 제대로 나왔을까? 무능함에 가슴 무너져내린 남편 학살을 피해 이집트로 도망가는 눈엔 무서움이 등엔 고단함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하나의 경우라도 힘겨울텐데 네다섯 일을 어찌 감당했을꼬 하나님이 인간으로 왔다는 화육(化肉)의 시작이 메시야(구세주)의 출현이 이렇다 보살피지 않으면 죽는 여린 생명들 집 없어 떠도는 이들 부자가 던져주는 부스러기가 밥이 되는 슬픔이 같은 하늘 아래에 있고 폭력과 지배에 저항하는 자들 십자가에 매달아 죽이는 억압의 질서 통곡은 산천을 울리고 이주민이어서 서럽고 난민이라 공포인 세상 삶이 죽음의 세계와 다르지 않는 절망의 땅 여기에 이곳으로 오셨다. 밝고 맑게 오셨다. 아, 대한민국 부러지고 찔리..
농촌과 목회 2020년 가을호에 실린 백창욱목사님의 글입니다. 백목사님은 "국가폭력이 실제 한 마을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에 대해 썼다고 하시네요.. 약간 긴 글이지만 정독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국가폭력은 어떻게 농촌마을 공동체를 파괴하나? (소성리 사드반대 투쟁을 중심으로) 백창욱목사(대구새민족교회, 소성리 지킴이) 1. 소성리에 무슨 일이? 소성리만의 특별함이 있다. 무엇일까? 성주 쪽에서 소성리에 들어오는 길목인 용봉삼거리부터 마을을 지나 원불교가 24시간 기도하는 진밭평화교당을 지나 사드불법기지 정문 앞까지 수km 구간, 도로 양 옆으로 무수히 걸려 있는 현수막들이다. 모두 사드반대, 사드철거를 촉구하는 현수막이다. 소성리 마을회관 앞 평화마당 무대에 걸려 있는 현수막 문구는 이렇다. “..
더보기소성리에서 함께 볼 영화를 소개합니다.제가 그 영화에서 캐낸 질문들, 자가발전한 질문들을 몇 차례에 걸쳐 나누고자 합니다.관심이 생기시면 소성리로 오세요. 함께 봅시다.[사랑은 시간낭비] ♣ PK가 자구를 향한 사랑의 감정을 깨달으며 부르는 노래#1. 종일 당신을 훔쳐보고 / 말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 다른 일들은 미뤄둔 채 / 당신의 발걸음만 졸졸 따라 다니죠 / 시간이 아깝다 생각지 말아요 / 사랑은 시간 낭비니까 / 사랑은 그저 시간 낭비죠 하지만 내 심장이 말하네요 /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시간을 낭비하라고 / 사랑은 시간 낭비 / 기꺼이 그럴게요 / 그러고 싶은 걸요#2. 시도 때도 없이 거울을 들여다보고 / 시도 때도 없이 헤어스타일을 고치죠 /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고 / ..
함께 영화를 볼 사람들을 꼬시려고 글을 쓰게 되었다. 새마갈노에 연재할 글인데 먼저 이곳에 올린다. +++++ 학교를 그만둔지 오래 되었지만, 사드저지 기독교 현장기도소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끔은 옛날 학생들 앞에서 외로워했던 그 감정을 떠올리게 된다. 도덕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난 따분한 교과서 - 다분히 사상통제의 의도가 숨어 있는 그 교과서를 벗어나고자 애썼다. 그래서 주제중심 탐구학습으로 수업방식을 바꾸고 를 내 수업의 구호로 삼았다. DAUM에 개설한 내 블로그의 간판도 바로 이 구호였다. 하지만 수업주제는 누가 정하나? 학생이 아니라 교사인 내가 만들어 준 질문이 대부분이었지. 결국 학생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따분한 교과서 - 다분히 사상통제의 의도가 숨어 있는 교과서’를 벗어나지 못한..
2018년 3월 18일(사순절 5)[세상 권세와 밀알 생명] 렘 31:31-34, 요 12:20-33 [창조와 진화] 사상이나 철학 혹은 역사에서 아주 획기적인 변화를 꾀하는 발상을 요즘은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말하지만, 이전에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말했습니다. 5백 년 전까지 수십 만 년 동안 모든 인류가 당연하다고 믿고 있던 진리가 있었는데, 그건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고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증명한 사람이 코페르니쿠스였습니다. 당시로 본다면 이는 마치 당신의 부모님은 당신의 진짜 부모님이 아니다라는 소리와 같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지난 주 빅뱅 우주론의 주창자 호킹박사가 73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우주론은 단순..
오늘의 강의는 5장부터 7장까지 두시간에 소화하기는 무리한 분량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의 말씀처럼 조교가 워낙 정성들여 꼼꼼하게 이해하기 쉽게 강의내용을 잘 정리해 만든 PPT자료 덕분에 시의적절한 비유와 유머까지 섞인 명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시간관계상 7장의 마지막 몇 부분은 책을 읽어보면 다 알수 있는 내용이라며 빠른 속도로 사진찍을 틈도 없이 넘어가긴 했지만....)오늘도 강의 내용 요약은 PPT자료로 대신한다. (다만 약간의 보충정리가 필요하다싶은 곳은 따라가며 덧붙이기로 한다. 괄호 속에 넣은 이야기는 강의내용이 아니라 기자인 본인의 생각들임을 밝혀둔다.)(총3장의 강의를 담다보니 사진자료가 50장이나 되어 사진만 보아넘기기도 사실 벅차지 않겠나싶다.) 제5장 예수의 동시대인 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