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누님이 감을 수확해달라 해서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 보문산 자락 대사동 옛날 살던 동네를 들렀다.보문산에서 내려오던 개천은 복개하여 도로가 되어버린 지 오래.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식당이 들어서 있었다.일단 차를 주차할만한 곳을 찾았는데, 옛날 제일인쇄소로 기억되는 넓은 집터가 주차장으로 바뀌어 있었다.차 한 대가 통행할 만한 도로가 입구에서부터 옛날 대연각이라 불리던 당시 신흥주택가까지 직선을 뚫려 있는데, 옛날 우리집 앞집이었던 목선생네와 뒷집 남씨네 땅을 통과하여 제일인쇄소와 목선생네의 골목은 옛모습을 잃고 있었다.정원마당을 도로로 빼앗긴 옛날 우리집 앞집 목선생네집은 담장이 건물쪽으로 당겨져 있고뒷집 남씨네도 마당을 비스듬히 빼앗겨 'ㄱ'자로 막혔있던 골목이 시원스레 길로 뚫려 있었다. ..
아침부터 가슴이 답답하니 명치를 얻어맞은 듯한 통증이 시작되었다.가슴을 두드리며 심호흡도 해보고 다시 누워 호흡속도를 빠르게 느리게 변화도 줘보고...금산에 내려와서 416걷기 챌린지를 신청했는데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외출을 하지 않고 지내다보니 그 동안 운동량이 지나치게 적었던 것같다. 그래서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겼을 듯.모처럼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점심을 먹고 바로 출발했다.만인산 태조 이성계 태실까지만 다녀올까 하고 걸었는데, 발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얼마나 시원한지 천천히 더 걸어보고 싶었다. 절정에 달한 단풍에 토요일이라서 만인산 휴양림을 찾은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을 피해 목소임도방향으로 걸었다. 민족자주통일비를 거쳐 중부대학교를 통과하여 돌아오는 코스를 택한 것.목소임도로..
눈 앞에서 누군가가 죽어가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이 매우 드문 일이 된 세상을 살고 있다. 함께 살 맞대고 살아가던 가족들마저 사망 선고가 내려지고 나서 주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차디찬 시신으로 만나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나보다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그렇지 않았다. 1920년생이셨던 아버님은 식민지 시절 지원병이라는 이름으로 끌려가 남태평양으로 향하다가 오끼나와 근처 어디쯤에서 배가 침몰당하는 일을 겪고 바다위에서 수십 시간을 떠돌아야 했다고 한다. 일본이 패망한 후 돌아와 경찰이 된 아버님은 빨치산 토벌대로 차출되어 남원 어디쯤 지리산 자락에서 전투를 치렀다고 한다. 바로 옆에서 철모에 구멍이 뚫린 채 죽어가던 동료를 추억하며 당신이 지금까지 살고 있는 건 기적이라고 말씀하셨었다. 역사를 돌아..
나의 기억이 왜곡되어 있거나 허구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 이런저런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그에 대해 설명하느라 정작 하고픈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대화가 중단되는 경험을 자주 한다. 누군가가 눈앞에서 죽는 모습을 처음 보았던 기억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고 하는데, 막상 얘기를 꺼내려고 하니 또 이러한 결말로 치닫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 트럭에 부딪쳐 나가떨어졌던 친구. 그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니 친구라고 부르는 것도 어색하다. 당시 같은 학교를 다녔던 것과 함께 놀았던 기억이 없을 만큼 상당히 떨어진 윗동네에 살았다고 기억한다. 그 사고가 언제 벌어졌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학교 가는 길이었고 아직 그 길 주변이 황량했던(개발이 진행되지 않았던) 시절이란 것 뿐, 계절도 ..
만화에 빠져 있다가 시간죽이는 데는 소설이 더 낫다는 걸 알고나서 많은 무협소설을 읽었다. 너무 긴 대하소설류(수십권 짜리 소설은 완독하는데 많은 돈을 쓰게 된다)는 피해가고 있었는데 작가별로 검색하는데 늘 상위에 자리잡은 작가들의 작품은 대부분 너무 길었다. 그래서 주로 100~300코인 정도로 소화할 수 있는 작품들을 찾아 읽었다. 그러나 이런 작품은 많지 않아서 문제였지.어느날 큰맘먹고 작가별 검색에서 가장 첫번째 이름으로 등재된 우각이란 작가의 소설을 읽어보기로 했다. 그의 작품은 불과 네 개였는데 첫 작품이 바로 이 소설 화산권마였다. 1권에 25코인 총 20권(첫권은 늘 무료) 475코인을 써야했다. 무료로 제공되는 첫권을 대충 읽다가 흥미를 잃으면 그만두는 게 보통인데 결국 끝까지 읽어내고 ..
교직에 있을 때 '나의 사이버 교실'로 운영하던 블로그가 있었다. DAUM에서 펼친블로그 [물음표(?)에서 느낌표(!)까지] 물음표(?)에서 느낌표(!)까지옛날 창덕여중에 근무하던 시절 본격적으로 사이버교실을 열어두기 위해 만들어두었던 블로그입니다. 2013년3월 한강중에서 퇴직한 이후 문을 닫으려 했다가 올려진 글들을 읽어보려는 사람들ask2me.tistory.com교과서를 덮어두고 탐구주제학습을 진행하며 '인격판단기준'을 가르치려 애쓰던 그 시절, 멀어져 가는 아이들의 시선을 붙잡아두기 위해 생각했던 수업 중 하나가 '영화감상토론'이었다. 그리고 사이버교실로 운영한 블로그에 따로 카테고리를 설정해두고 거기에 관련자료들을 수집해 참고자료로 제공했다. 그런 자료 중 하나가 아래의 글이다. 이 글의 출..
동지 한 분이 티스토리의 글을 단톡방에 올려줘서 글을 읽다가 그 블로그를 구독하기로 했다.티스토리로 블로그를 옮긴 후 처음으로 남의 블로그를 구독하게 되었는데 그 블로그를 다시 보려니 구독중인 블로그를 찾아가는 경로가 보이지 않아서 헤메게 되었다.그렇게 헤메던 중에 폰에서 이벤트를 광고하는 링크를 건드렸나 보다. 3주간 날마다 글을 쓰면 되는 이벤트란다.몇 달간 홀로 지내면서 글을 쓰며 심경을 정리하겠다고 나와 있는데 그 동안 얼마나 글을 썼나? 스스로 검열을 하느라 쓰고 싶은 충동을 억제했던 많은 상념들, 그 심리적 고통을 견디느라 중독의 길로만 달리는 시간들...이제 모종의 글을 써야한다는 스스로 부여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이 이벤트에 도전해야겠다.https://www.tistory.com/..